사회

개성인삼농협, '4년근' 인삼을 '6년근'으로 속여 팔아 '파문'

조합장 직접 지시로 농협 매장서 판매해 충격, 연근확인서도 없고 농약잔류검사도 받지 않아

 

‘6년근 인삼’을 트레이드마크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개성인삼농협이 최근 4년근 삼을 6년근 삼인 것처럼 자신의 매장에서 버젓이 팔아온 사실이 드러나 시민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게다가 이 4년근 삼은 판매 시 반드시 거쳐야 할 농약잔류검사도 없이 시민들에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규 위법 여부에 대한 포천시의 조사가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농협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당연히 6년근으로 알고 구매했던 인삼이 4년밖에 되지 않은, 기준 미달 인삼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어떻게 농협이란 큰 기업에서 이렇게 시민을 속이는 짓을 서슴없이 할 수 있나”라며 분노했다. 


더구나 이 4년근 삼을 6년근으로 판매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바로 조합의 최고 책임자인 민순기 조합장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진짜 이런 지시를 한 사람이 조합장이 맞냐?”라며 하나같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민순기 개성인삼농협장은 지난 3월 8일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되고 불과 2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직원을 시켜 연천의 한 조합원으로부터 4년근 삼 205차(1차는 750g)의 양을 구입했고, 이 삼을 농약잔류검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농협 매장에서 판매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개성인삼농협의 한 조합원은 “인삼을 판매할 때 연근확인서(인삼을 팔 때는 몇 년 삼인지를 기록한 서류가 있어야 함)도 없고, 더구나 안전성 검사 없이 판매했다면 불법이 확실하다”라면서 “인삼 농사를 오래 해왔던 저도 처음 들어본 일이다. 저희 개성인삼을 아껴주시는 고객들에게 낯을 못 들 정도로 부끄럽다”라고 고개를 떨궜다. 100여 년이 넘는 오랜 세월 개성인삼농협이라는 브랜드를 지켜온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새로 부임한 조합장의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일탈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일은 지난 4월 28일 열린 개성인삼농협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밝혀졌다. 이 농협의 직원 A 씨가 민순기 조합장의 지시를 받고 연천의 한 조합원으로부터 200만 원 상당의 4년근 인삼을 구입했고 농협 매장에서 판매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개성인삼농협 이사들이 조합장에게 사실 여부를 따져 물은 것.


이 자리에서 개성인삼농협 이사들은 조합장에게 직접 인삼의 햇수를 속여서 판 이유를 물었고, 민 조합장은 “연천 조합원으로부터 205차 분량의 삼을 1차당 1만 원씩 구매하도록 지시했다”라고 인정했다. 그는 “아주 적은 양으로 불과 20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이 건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오히려 아무 일도 아닌데 임원들이 일을 키우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역정을 냈다고 한다.


임원들은 이번에 구입한 4년근 삼의 양이 많고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6년근 삼만 취급한다고 널리 알려진 개성인삼농협에서, 그것도 조합의 최고 수장인 조합장이라는 사람이 아무런 책임감이나 죄책감도 없이 구입과 판매를 왜 지시했는지와 6년근 삼인 줄 알고 속아서 구입한 고객들에게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를 따져 물었다. 


지난 12일 기자와 인터뷰를 한 민순기 개성인삼농협 조합장은 처음에는 “조합장으로서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지만, 재차 묻자 4년근 삼을 구입해 판매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기자가 이 인삼을 농약잔류검사를 하지 않은 채 판매한 이유를 따져 묻자 “인삼은 9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7개월간은 소독할 시기가 아니다. 그래서 검사를 하지 않아도 별문제가 없다”라고 변명했지만, 또 다른 인삼 관계자들에 의하면 “인삼을 팔 경우 반드시 연근확인서와 농약잔류검사를 마쳐야 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라며 민 조합장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순기 조합장은 “많지도 않은 양이다. 개성인삼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했다. 파삼으로 팔았으니까 3년근이든 4년근이든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사회에서 임원들이 이 문제를 제기해서 내가 물어준다고 했다. 이 정도는 조합장의 권한이 아닌가”라며 “조합장 선거 이후 나를 흔들고 내부 분열을 일으키려는 임원들과 직원들이 있다. 이런 일들은 임원 회의에서 한 이야기들인데 밖으로 유포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라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을 탓했다. 


마지막으로 민순기 조합장은 “제가 잘못한 것은 연근확인서를 떼어야 하는데 확인하지 않은 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 물어내라면 물어내겠다. 소비자를 기망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처벌받겠다. 지금 와서 보면 온통 조합장인 저를 흔드는 세력밖에 없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개성인삼농협은 민순기 조합장 취임 이후 심각할 정도의 예금 인출 사태와 직원들의 불화, 또 조합 규정을 어겨가면서 단행한 조합장의 파행 인사 등으로 총체적인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 와중에 터진 4년근 삼을 6년근으로 속여 소비자에게 판매한 도덕 불감증까지 더해져 개성인삼농협의 명예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책임자인 조합장은 ‘책임진다’는 말만 거듭하고 있다. 그는 어떤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그리고 개성인삼농협의 파행은 언제쯤 멈출 것인지 시민들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