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문학산책

詩 '감자의 눈' 外

김순진 · 시인, 계간 '스토리문학' 발행인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포천 분들이라면 누구나 '포천 문학 산책' 란에 시와 산문, 수필 등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쓴 작품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포천 문학 산책'에 문학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큰 호응을 부탁합니다. 이번 주는 계간 '스토리문학' 발행인 김순진 시인의 詩 '감자의 눈'과 '파먹다' 등 두 편의 詩를 게재합니다.

 

 

▲ 김순진 시인.

 

 

 

감자의 눈 

 

 

감자는 눈으로 아이를 낳는다

우묵한 눈으로 땅속 어두운 세상을 바라보았다가

무르고 기름진 땅을 골라 아이를 잉태한다

씨감자의 눈에서 나온 탯줄로 길러지는 감자의 아기

씨감자는 두 토막 세 토막 잘려진 몸으로 본분을 잃지 않고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세상으로 새싹을 밀어 올린다

무서운 세상에 나와 그 여린 잎으로 햇볕을 모으고

바람을 끌어들여 제 숨을 나눠주며 어린 감자를 길러낸다

그리고 마침내 제 몸보다 큰 감자를 길러냈을 때

제 눈보다 많은 감자를 길러냈을 때

감자 싹은 시들고 감자는 땅속에서 일가를 이룬다

 

자식이 눈에 밟혀 못 먹겠다거나

눈에 넣어도 시지 않다던 우리네 엄마가

그윽한 눈으로 우리를 길러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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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먹다 

 

 

어릴 적, 파를 싫어하는 여동생

억지로 파를 먹이려고

숟가락으로 밥을 파 파를 묻어놓았다

웃음을 참지 못하는 오빠들의 눈치에

여동생은 밥을 야금야금 파먹는다

누가 밥을 그렇게 파먹는대?

웃음을 참으며 야단을 치는 큰오라비

밥을 파먹다가 파가 나왔다

파 먹어

파 안 먹어

내 이럴 줄 알고 파먹은 거야

 

파를 먹이려던 40년 전 추억이

나를 파먹고 있다

 

 

 

 

김순진

포천 이동 출생

아호는 녹산(鹿山), 녹어(綠魚), 만화방창(萬話方暢)

1984년 시집『광대이야기』로 작품활동 시작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수료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과정 교수

 

계간 <스토리문학> 발행인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은평문인협회 명예회장

은평예총 회장

한국교수작가회 회원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장

중앙대문인회 수석부회장

도서출판 문학공원 대표

 

시집 『광대이야기』, 『복어화석』, 『박살이 나도 좋을 청춘이여』, 『더듬이주식회사』

장편소설 『너, 별똥별 먹어봤니』, 단편소설집 『윌리엄 해밀턴 쇼』

수필집 『리어카 한 대』, 『껌을 나눠주던 여인』, 『천만에 만만에 콩떡』

장편동화 『태양을 삼킨 고래』, 평론집 『자아5, 희망5의 적절한 등식』

시창작이론서 『좋은 시를 쓰려면』, 『효과적인 시창작법』, 『즐기며 받아쓰는 시창작법』

문인탐방기 『시문학파를 만나다』, 논문집 『오규원 시에 나타난 생태주의와 노장사상』, 가곡작시악보집 『깻잎반찬』, 편저 『애인』외 다수

 

수필춘추 문학대상, 2016한국을빛낸사람들대상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