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좋아하시는 포천 분들이라면 누구나 '포천 문학 산책' 란에 시와 산문, 수필 등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쓴 작품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포천 문학 산책'에 문학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큰 호응을 부탁합니다. 이번 주는 (사)한국문인협회 포천시지부 서영석 회장의 詩 '오늘 저녁 다섯 시'와 '어머니 전상서-거울' 등 두 편의 詩를 게재합니다.
▲ 鹿井 서영석 시인.
오늘 저녁 다섯 시
머리에 구멍이 났다
지하실에서 벌에 쏘인 듯
따끔이더니 붉은 포도주가 쏟아진다
머리의 밸브를 열어젖힌 듯
벌건 포도주가 펑펑 쏟아지며
땅에 떨어질세라 두 손으로 다소곳이
받아내고 서 있는데,
입이 아픈지
입이 머리로 돌아갔는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어서 눈물이 난다.
머리에 홍수가 났다
황토물이 범람하여 콧등을 넘고 턱을 지나
제방이 터지듯 손가락 사이로 흘러
가을비처럼 후두둑 후두둑
붉은 낙엽이 나무를 탈출하듯이
물방울 루비가 물보라처럼 날린다
머리로 돌아간 입과 입으로 내려온 머리가
질펀한 한마당 마당놀이를 하는지
허파 꽈리가 벌렁대며 눈물샘을 열고
악어의 눈물이 주룩주룩
머리의 구멍을 막았다
병원에 가서 긴급보수를 하는데
의사 선생님의 배꼽이 없어져
카드로 배꼽 값을 내고 나오니
약도 주질 않네, 살 놈은 산다고
그냥 가라는데 웃음은 멈추지 않고
구경꾼은 횡재했다고 박수를 치네
죽을 운에 머리에 구멍만 났으니
축하를 해야 한다네
오늘 저녁 다섯 시는 경축慶祝.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_
어머니 전상서 - 거울
당신에게 주고 싶은 거울은
아름답고 값비싼 거울이 아닙니다.
내가 당신에게 주고 싶은 거울은
커다랗고 깨끗한 거울이 아닙니다.
수수한 당신의 얼굴이 아름답게 보이고
당신 뒤에 서 있는 내 마음이 따뜻하게 비치고
때로는 아픔에 겨운 당신의 눈물이 투명하게 빛나고
가끔은 내 가슴속에서 울고 있는 당신의 서러움이
행복한 웃음으로 감춰질 수 있는
허름하지만, 손때가 묻고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소박한 거울을 주고 싶습니다.
초가집 흙벽에 매달려
반평생을 같이 바라보며 때가 끼고
손자국이 뚜렷하게 남아있는 빛바랜 거울 안에
주름진 모습이 흐릿하게 반사되는 은빛 유리조각을
당신 손에 쥐어주고 싶습니다.
굽이진 오솔길을 따라 야생화가 오십 여년을
피고 지던 길에서 시련과 아픔과 증오가 자라고,
점점이 행복과 낭만과 기쁨이
깨알처럼 박혀서 감칠맛 나는 삶의 장을 담그던
당신의 주름진 손을 바라보면, 오래된 빛바랜 은빛
유리조각에 투영되는 나를 애절하게 바라보던
당신의 얼굴이 보입니다.
홀로되고 십여 년이 지난 당신은
아직도 거울을 보려 하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세상을 향하여 깊게 팬 주름보다 더 깊은 미련을
지우지 못하고 어디로 가십니까.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과 추억을 되새기며
살아온 날들을 반추할 수 있는 빛바랜 은빛 유리조각
하나를 주고 싶습니다.
평생을 나를 사랑했고, 내가 사랑하는 어머니.
서영석(徐榮錫)
시인, 아호 鹿井(녹정), 세례명 요셉.
(사)한국문인협회 포천시지부 회장
포천문화원 이사, 동농이해조선생 기념사업회 이사
한국문예협회 부매니저,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문학광장 회원,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포천문화예술인협회 회원, 마홀문학 회원
시와창작 동인, 청로 동인.
2011 문학광장 시부문 신인문학상,
경기도문학상 공로상,
경기도의회의장상 문학공로상,
2018 프랑스 칸느시화전 칸느문학상.
2016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 시화부문 초대작가.
시집 『당신에게 부치는 편지』
『물이 되고 공기가 되고 별이 되리』
『시간의 향기』 외 다수의 동인지 및 잡지에 작품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