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기후위기 대응 생활속 실천으로 '탄소포인트제' 도입을 제안한다

오명실 기후위기 포천 시민행동 기획총괄 대표 겸 대변인

차 없는 도시로 유명한 스페인의 폰테베드라시의 미구엘 로레스 시장은

“도시의 첫째 주인은 걷는 사람, 둘째는 자전거 탄 사람, 셋째는 대중교통 이용자,

넷째는 승용차 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출마할 때 폰테베드라시의 도심부에서 자동차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시장에 당선된 뒤 도심 30km 이내 거리에 승용차를 다니지 못 하게 했더니,

교통량이 줄고 교통사고가 줄고 자동차가 줄었다.

게다가 안전한 도시에 대한 매력으로 6만 명이던 작은 도시에

전입자가 1만 명 이상이 증가할 정도였다.

 

▲오명실 기후위기 포천 시민행동 기획총괄 대표 겸 대변인. (구 석투본)

 

아마 지나가는 강아지도 알지 않을까?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점을.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의 안녕이 매우 위태롭다는 것을.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탄소 배출량 7위, 증가율 1위이다. (2019년 기준 국제에너지기구, IEA 통계) 늦게나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탄소 중립 선언에 동참하였다. 산업 각 부문에 친환경 에너지를 쓰려 하고,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곳곳에 설치하며, 친환경 에너지원을 각 가정에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구호만 요란하지 아직까지는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다른 나라나 회사 사례를 보면 탄소 중립 목표를 위해 폭스바겐은 2035년까지 내연 기관 차량을 판매하지 않겠다 했고, 미국과 중국도 유럽보다 조금은 늦었지만 내연 기관 차량 판매를 중지하기로 했다. 내연 기관 자동차를 점차 없애면 사람들은 걷거나 전기차·자전거·대중교통수단 등을 이용할 테고 그래서 녹색 교통 시대로 바뀔 것이다.
 
기후 위기라는 전 인류, 전 지구 문제에 대처해 개인들은 어떤 생활 실천 행동을 해야 할까?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고, 걷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일상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많은 사람이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고, 환경운동가들이 기후 위기 대응 비상 행동을 외쳐도 정부나 지자체들은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환경의식 확장과  친환경 활동 동참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고민할 때이다.

 

필자가 기후위기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탄소 포인트 앱’을 개발하여 걸음 수만큼 자동으로 포인트를 적립한다. 둘째, 자동차 주행거리를 측정하듯 자전거 주행 거리를 자동으로 측정하여 탄소 포인트를 적립한다. 셋째, 대중교통 이용자가 버스나 전철,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 교통카드로 결제하면 이동한 거리만큼 자동으로 탄소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이렇게 나라 전체를 통괄하는 탄소 포인트 공통 적립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일정 포인트가 쌓이면 지역 화폐로 환원해서 지급한다. 전통시장이나 작은 지역 상점에서 이를 사용한다면 지역 상권도 살아날 것이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건강해지니 의료비도 줄어들어서 일거양득이다.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탄소 중립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탄소포인트제 도입을 위해서는 관련 시설과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자전거 도로와 걷기 도로를 정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교통수단이 급히 발달하면서 자동차 중심으로 이동했다. 2000년 이후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교통사고가 40%에 가깝고,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2.9명으로 OECD 평균보다 높아 보행자 안전과 편리에 소홀하다. 교통사고에서 차 사고보다 보행자 사고 비율이 높은 것은 그만큼 보행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 없는 도시로 유명한 스페인의 폰테베드라시의 미구엘 로레스 시장은 “도시의 첫째 주인은 걷는 사람, 둘째는 자전거 탄 사람, 셋째는 대중교통 이용자, 넷째는 승용차 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출마할 때 폰테베드라시의 도심부에서 자동차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가 시장에 당선된 뒤 도심 30km 이내 거리에 승용차를 다니지 못 하게 했더니, 교통량이 줄고 교통사고가 줄고 자동차가 줄었다. 게다가 안전한 도시에 대한 매력으로 6만 명이던 작은 도시에 전입자가 1만 명 이상이 증가할 정도였다.

 

보행자를 우선하는 미구엘 로레스 시장의 정책처럼, 보행자가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안전한 보행권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정부도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폰테베드라시보다도 훨씬 넓고 푸르른 산과 깨끗한 물을 자랑하는 포천시에서 읍·면 단위로 적절한 곳을 지정해 차 없는 거리를 만든다면 어떨까?

 

시민의 제안으로 하나의 정책이 만들어지려면, 여러 번의 토론을 거치고 정책 타당성 조사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먼저 고민해야 할 점은 이전의 생각을 뒤집어 기후 위기의 관점으로 예산과 정책을 다시 살펴야 한다. 탄소 중립을 위해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꿔, 우선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모두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면 곧바로 행동에 나서야 하고, 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지구촌 전체가 동참해야 할 과제이다. 기후환경 전환을 개인의 의지나 시민사회의 활동영역으로만 여기지 말고 정치권과 지방정부가 기후위기 대응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 기업인, 부문별 산업 종사자, 사회 각 계층, 시민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통, 연대, 협력하여 친환경 정책과 제도를 만든다면 탄소 중립 목표에 이윽고 도달할 것이다.

 

걷고 싶은 거리와 자전거 타기 안전한 도로, 버스 타기 좋은 포천에서 산다는 자부심을 시민들이 느낄 때 ‘행운의 도시 포천’이 아닐지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