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의 폭이 넓어지면서 동물과의 교감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이는 곧 지구와 지구에 공존하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과 시작이 아닐까.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지구는 인간을 비롯한 많은 생명체와 광물질, 화학물질 등의 무생물, 액체, 기체 등이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인간은 우리 지식의 범위 안에서 생각하면 최고의 지능과 지혜, 지식을 지니고 있어 문명과 문화를 이루었으며 생명체 가운데에서 특별한 성상과 감정을 지닌 존재이며 견고한 조직과 네트워크를 가진 지구의 최강자 생명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지구의 주인도 주인공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동료(?)에게 고통과 피해를 줄 권리는 더욱 없다. 인간은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와 자연과 환경을 배려하고 사랑해야 한다.
서두가 길었다. 최근 들어 동식물학자, 생태학자, 의생명학자 등에 의해서 영장류의 동물은 물론이고 조류, 포유류 등의 동물에게도 본능을 넘어선 사고 기능, 학습 기능, 여러 감정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관심과 이해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선구적으로 동물 사랑의 정신을 확대한 공이 꽤 큰 모 방송의 동물 전문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살펴보면, “야생의 자연을 누비는, 혹은 우리 곁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수십만 종의 동물들! 인간과 밀접한 생활을 나누는 이들을 우리는 얼마나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보는가? 본 기획에서는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 인간과 동물 그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한다”와 같이 동물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한편 대한민국의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 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건전하고 책임 있는 사육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생명 존중의 국민 정서를 기르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리고 동물 학대를 방지하는 등 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제정한 법으로 명시하고 있어 법 제정 이유를 밝히고 있다.
반려견에 제한되던 반려동물의 폭이 크게 넓어지고, 함께 하는 가정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인간과 생태계에 살고 있는 동물과의 교감, 교류의 폭도 넓어지고, 관심과 이해의 정도 또한 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직은 동물 보호가 법적 차원에서는 척추동물 등에 국한되어 있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이는 곧 지구, 지구 환경, 지구에 공존하는 생명체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모의 헌신적인 자식 사랑
인간의 자식 사랑의 지극함은 굳이 예를 들어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개나 돼지, 소 등 척추동물의 경우, 어미의 지극한 자식 사랑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무척추 동물인 비탈거미를 소재로 한 이수익의 시가 있다.
비탈거미 어미는/제 새끼들에게 몸을 내어준다./그것이 제 어미인 줄도 모르고/ 새끼들은/ 어미 몸에 올라탄 채 그 살이 맛있다고/뜯어먹는다. 제 어미를 먹는다. 그렇게/어미를 죽인다.//죽어가는 살신의 모정은 제 죽음 하나로/자자손손 번창해나갈 것을 믿으며/오로지 그것이 기뻐, 제 몸을 내어준다./팔 다리 몸통도 머리도 모두 내어준다./그리하여 그 몸은 완전분해되어 사라진다./어미는 없다.
위 시의 소재인 ‘비탈거미 어미’보다 더 질리도록 자식에게 헌신적인 동물로는 문어가 있다. 문어는 보통 교미를 기점으로 생의 마지막 시기에 접어든다. 수컷은 보통 교미 이후 몇 달 내로 죽게 된다. 암컷은 수정이 된 후에는 적절한 굴을 찾아 알을 낳고 보살피기 시작한다. 알을 낳으면 그 알이 썩거나 천적에게 먹히지 않게 하도록 알이 부화할 때까지 그 옆을 지키려고 하지만, 일부 암컷들은 알이 부화하기도 전에 기진하여 죽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문어 어미는 먹지 않고 오직 알에만 전념하며 알이 부화하면 수관을 힘차게 불어 새끼들을 바다로 내보내고 눈을 감는다. 심해에 사는 문어는 4년이 넘도록 알을 지키기도 한다는 견해가 있다. 모성애가 지독한 동물이 문어이다. 암수 문어 모두는 자식 탄생에 맞추어 죽음을 함께 하는 것이다.
또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부, 물이 맑은 하천에 사는 몸길이가 5~6cm로 작은 물고기-가시고기가 있다. 가시고기 수컷이 맑은 물이 고인 웅덩이에 수초로 둥지를 만들어 놓으면 암컷이 와서 교미한 후 알을 낳고 죽거나 떠나 버린다. 수컷은 알을 보호하다가 새끼가 부화하면 죽고, 태어난 새끼들은 죽은 아비 수컷의 살을 뜯어 먹는다. 역시 문어의 생태와 흡사하다.
필자는 비탈거미, 문어, 가시고기 등의 이러한 행동을 습성, 본능인 듯이 표현하였다. 그러나 그것만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사람이나 척추동물의 자식 사랑도 그와 같이 표현해도 좋을지 생각이 깊어진다. 외형적인 행동의 모습은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 등 일반 정서
강원도의 모 신문은 날개를 다쳐 함께 떠나지 못하는 암컷 재두루미 곁을 지켜 잔잔한 감동을 안겼던 수컷 재두루미가 한여름에 중국으로 떠나 암컷이 홀로 외롭게 지낸다는 소식이 실렸다. 그런데 그 수컷이 다시 돌아와서 암컷의 곁을 지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기사를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준다.
철원군 DMZ 두루미 평화타운에 따르면 지난해 봄 암컷과 함께 철원에 남아 있던 수컷 재두루미가 6월에 암컷을 남겨두고 중국으로 떠나 재두루미의 사랑이 이별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여름을 보낸 남편 두루미가 겨울이 되자 철원 살림집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수컷 두루미에게는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GPS 링이 부착돼 있어 이동 동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5개월 만에 만난 재두루미 부부는 두루미 평화타운이 조성한 쉼터에서 겨울을 함께 나고 산란에 성공할 것이 기대된다는 소식이다.
1998년 4월, 토지개발공사가 안동시 정상동 일대에 주택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묘지를 이장하다 발견한, 1586년에 31세의 나이로 죽은 이응태(李應台)의 미라 옆에 놓인 편지의 사연이 많은 사람의 가슴을 저리게 하였다. 죽은 자의 아내인 원이 엄마가 쓴 한글 편지가 미라의 가슴 위에 놓여 있었고,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가 나왔다.
죽은 남편을 보내는 아내의 편지에는 “원이 아버님께 올립니다. 자네 늘 내게 말하길 머리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자네 먼저 가셨는가요. 나하고 자식하고 운수가 기구하여 어찌 살라고 다 버리고 자네 먼저 가셨는가요. 자네가 날 향해 마음을 어찌 가지며, 나는 자네 향해 마음을 어찌 가졌던가요. 언제나 함께 누워서 자네에게 내가 말하기를. 이 보소, 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 여겨 사랑하기가 우리와 같을까 하며 자네에게 말하더니, 어찌 그런 일을 생각지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고. 자네 여의고 아무리 해도 내가 살 길이 없으니, 곧 자네에게 가고져 하니 날 데려가소.”와 같이 시공을 뛰어넘어 영원한 사랑을 갈구하는 절절한 마음이 담기어 있다.
인간만이 가진다고 생각하던 애틋한 부부지정 등 감정을 미물이라고 일컫는 새 등 동물도 갖고 있는 일반적인 정서라는 점이 폭 넓게 밝혀지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신뢰와 교감, 사랑이 주는 효과
포천시의 한 산사에 수많은 새가 날아든다. 어느 산기슭에 있는 산새들의 쉼터이자 생태교육장 산사의 모습이다. 새들을 부처로 자연을 경전으로 삼고 수행 정진하는 ‘새들의 친구’ 스님과 새들이 주인인 암자이다. 곤줄박이와 박새가 스님의 손바닥에 있는 먹이를 먹기 위해 쉼 없이 날아오고 있다. 무게 20그램 남짓의 작은 산새들과 교감하는 순간이 인간과 자연이 둘이 아님을 알게 하는, 부처님 말씀의 원본이라고 스님은 말한다.
"세상에 부처 아닌 게 없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 새들이 다 부처가 되는 거예요. 여기가 다 근본이고 이 자연이 원본인 거예요. 부처님 말씀의 원본.“
생태계의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관심, 감정의 교감, 신뢰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이제는 산새 스님과 새들의 교감과 유사한 사례가 인간과 고라니, 멧돼지, 다람쥐, 꿩, 까치, 참새 등의 관계에서도 흔하게 발견된다. 지구 환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놀라운 변화들이다.
환경 오염 등 문명의 병폐, 물질주의, 상업주의 등 극단적 자본주의 시스템의 부작용, 격화되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로 피폐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랑과 배려, 신뢰 그리고 따뜻한 정서라고 생각한다.
인간과 동물은 연구 결과와 교류에서 본능, 감정, 사고, 학습 등의 측면에서 여러 유사한 점이 아주 넓게 밝혀지고 있다. 그것은 결국 동물도 인간처럼 지구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생존권이 있음을 시사하는 근거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기에 다른 생태계나 물질 등에 폭력을 행사하거나 그들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인간은 최강의 힘과 역량, 영향력을 가진 지구의 일원으로 인간에게는 물론이고, 지구에 공존하는 모두에 대하여 이해와 아량과 배려, 나아가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이러한 행동과 정신은 진정한 휴머니즘을 북돋음으로써 ‘디지털 시대, AI 시대’라고 하는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법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편집자 주》 포천좋은신문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서재원 교수님의 칼럼 '살며 생각하며'가 이번 호를 끝으로 마칩니다. 서 교수님은 2023년 2월 포천좋은신문 지면 신문 창간과 함께 집필한 '작은 기쁨, 즐거운 웃음이 많은 사회를 보고 싶다'라는 첫 칼럼으로 연재를 시작했고, 이번 주에 실린 50번째 칼럼 '모두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구'를 마지막으로 아쉬움 속에 약 3년간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포천 최고의 지성인 서재원 교수님은 그동안 정치, 사회, 문화는 물론이고, 포천에 대한 고향 사랑, 미래의 세계를 이끌어갈 AI 이야기, 모두가 추상적으로 알고 있는 '인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법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막힘없는 지식과 왕성한 필력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 특히 포천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보여주었던 서재원 교수님에게 무한한 찬사와 감사를 보냅니다. 조만간 더욱 좋은 글을 통해 만나게 되기를 학수고대합니다.

서재원 교수
● 창수초등학교, 포천중, 포천일고, 서울대 졸업
● 한국방송 KBS 편성국장, 편성센터장(편성책임자)
● 차의과학대학교 교양교육원장, 부총장
● 포천중·일고 총동문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