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은 줄어든 인구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한산함을 쾌적한 이미지로 바꿀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 수 있다. 바로 선진국에선 이미 자리 잡은 ‘스테이케이션’ 최적지로 자리매김이다.
이른 새벽, 서울로 출근을 하는 가족을 배웅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마다 자연스럽게 버스들을 보게 된다. 대부분 텅 비어 있어 마음이 무거워진다. 적자 누적으로 노선이 폐쇄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포천시 인구 감소는 이미 숫자로도 분명하다.
올해 11월 말 기준 14만 500명인데, 2022년 말 14만 6700명, 2023년 14만 3300명, 2024년 14만 1500명으로 감소세가 줄긴 했지만, 내년 중반엔 14만 명 선이 무너질 것이다. 더 어려운 현실은 바로 옆 양주시는, 전국적인 인구 감소 시기에도, 예외적으로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여 년 전 비슷한 약 16만 명에서 함께 시로 승격해 이미 약 30만 명에 달하고 있다. 경기 북부라는 같은 생활권이지만 포천 인구를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다.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양주 외에도 수도권 김포, 하남시, 중부권 아산, 당진시 남부권 나주시, 순천시 등은 인구가 예외적으로 느는 도시들이다. 공통점은 교통 등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생활 여건, 대규모 공공기관이나 기업 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인구가 많다고 무조건 좋을 일은 아니다. 서울의 경우 수영장 레인 하나에 20명 넘는 사람들이 마치 컨베이어벨트처럼 이용하고 만원 버스와 지하철 출퇴근길은 상상 이상으로 고통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줄어든 인구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한산함을 쾌적한 이미지로 바꿀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 수 있다. 바로 선진국에선 이미 자리 잡은 ‘스테이케이션’ 최적지로 자리매김이다. ‘스테이케이션’이란 선진국형 휴가 문화로서, 휴가를 먼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쉼과 업무를 동시에 추진하는 생활문화이다. 서구권 및 일본에서는 이미 깊게 자리 잡았고, 우리도 사회 인식과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따라가고 있다.
‘스테이케이션’ 선점을 위해선 첫째, 이해와 투자가 필요하다. 실제로 유럽, 일본 등은 국내 여행이 주류이다. 고령화와 주 4~5일제 정착, 재택근무가 확산함에 따라 매번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자주 가까운 곳에 제2의 삶을 즐긴다. 우리는 아직 입국보다 출국이 두 배 많은 약 3천만명이지만 추세는 곧 바뀔 것이다. 문광부, 국방부 등 정부와 투자 기업 유치 등을 위한 전담팀이 추진해야 한다.
둘째, 포천의 지리 강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 전담팀의 큰 역할 가운데 하나이다. 이미 많은 국내 도시도 관심을 두고 있지만, 수도권에서 너무 먼 곳은 서울 본사나 집에서 거리 때문에 이용률이 낮다. 또한 면적은 서울의 약 1.3배에 달하지만 밀도가 낮다. 예컨대 포천시 최대 인구를 보유한 송우리의 한 수영장조차 한 레인에 이용자가 1~3명 정도에 불과하다. ‘쾌적함’은 큰 경쟁력이다. 파크골프장, 축구장과 야구장, 그리고 산속 승마장 등 인기 스포츠 장소 제공과 연계한 하루 이상의 체류와 음식과 숙박 체험까지 연계할 수 있다.
셋째, 문화도시 이미지 확보이다. 이 같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다른 수도권보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문화 이미지가 절실하다. 포천을 떠올릴 때 긍정적 이미지는 매우 취약하다. 최근 대진대에서 수도권 거주 대학생 100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식 조사에서 포천의 첫 이미지로 ‘군부대’, ‘폭탄’이 꼽혔다. 이 상태라면 스테이케이션이 확산해도, 성지 이미지 역시 양주시 등이 가져갈 것이다.
끝으로 지방정부의 노력과 시민들의 열망은 어느 지역이나 치열거나 오히려 비슷해 도시의 수준을 가르는 마지막 퍼즐은 제대로 된 소위 ‘앵커 기업’과의 협력이다. 일본 아이치현의 도요타 자동차 산업관,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 투어, 국내에서는 고흥이 나로호 발사와 연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만든 우주과학열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장 유치가 당장에 어렵다면 상대적으로 쉬운 연구소 유치 등이 대안이다.
예를 들면, 순천시가 국가정원박람회의 친환경 휴양 이미지를 동력 삼아 한화, 포스코 등 대기업 연구소를 유치한 이후 공장을 유치한 사례는 유명하다. 스위스 알프스 주변에는 실리콘밸리가 불러도 안 간다는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센터들이 즐비하고, 우리나라 네이버까지 진출해 있다. 연구원들의 만족도 1위 이유는 언제든지 가능한 숲속 승마와 서로 아이디어를 얻기 쉬운 자연 활동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포천시의 국방벤처센터 유치나 LIG넥스원의 MRO(정비지원센터) 유치는 포천이 스테이케이션의 최적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이다.
포천의 자연은 인간이 가장 살기 좋다는 200~700m의 해발 높이다. 교통은 사방 1시간 이내에 2천만 명이 넘게 살고 있다. 기존 생활 스포츠 공간과 여유 부지들, 최근에는 군부대가 떠난 공간들도 많다. 여기에 쾌적한 문화생활 이미지가 더해진다면 최적의 스케이케이션 성지로서 일류 기업의 연구소와 고급 인력들의 유입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생활 인구 증가와 지역 상권 활성화로 포천시의 지속가능성이 한 차원 높게 올라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