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원 칼럼] 살며 생각하며

우리 세태로 보는 '진실과 정직' 보고서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전 KBS프로듀서/아나운서

 

현대판 봉이 김선달 수는 많아지고 가짜 뉴스가 판치고 있다. 법적 다툼까지 가도 사법부의 최종 판단은 여러 해가 지나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상필벌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한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다.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 돈을 들여 알리는 행위는 광고, 기업이나 공공 단체 등이 우호적 이미지나 좋은 여론을 만들기 위해서 돈을 거의 안 들이고(?) 하는 행위는 홍보, 종교 교리나 정치적 이념 등을 주입하려 널리 알리는 등의 행위는 선전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개인, 단체, 정당, 정부, 공공 단체, 기업 모두 광고, 홍보, 선전에 올인하고 있다.

 

그런데 광고든 홍보든 선전이든 대중이 보다 큰 관심, 호감을 갖도록 알기 쉽게, 재미있게 표현하는 데에 있어 미화하고 포장하는 적당한(?) 기술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대상의 ‘참, 사실, 실상, 진실’을 ‘거짓’으로 표현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는 범죄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행해지는 오늘날의 세태를 몇 가지로 분류하여 예를 든다.

 

판치는 가짜 뉴스

비교적 나이가 많은 유명 연예인 근황을 인터넷 등에서 검색하면, 대부분 그분에 대한 사망 관련 가짜 기사, 가짜 소문에 대하여 당사자, 가족의 진지한 해명문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누가 왜.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의 사망 기사나 정보를 인터넷, SNS, 1인 방송 등에 유포시키는 것일까? 각각의 이유는 있겠지만 들어볼 이유, 가치는 없다.

 

뉴스가 사실성, 진실성, 정직성, 공정성, 균형성, 객관성, 정확성 등을 기반으로 해야 함은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므로 ‘가짜 뉴스’라는 말은, 말도 안 되는 있을 수 없는 말이다. 모 정당에서 가짜 뉴스 관련 책자를 발간하고 토론을 벌였는데, 책자 목차를 보니 ‘가짜 뉴스로 본 OO방송의 내일’, ‘가짜 뉴스의 창궐, 자유 민주주의 위기’ 등이 소제목이다. 행사와 책자의 의미, 가치는 언급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가짜 뉴스가, 주요 공당(公黨)이 개최하고 발간한 행사, 책자에서 이처럼 심각하게 다뤄질 정도로 만연하고 있으며 그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가짜 뉴스, 거짓 정보가 정치적 다툼에 있어 결정적인 이슈, 사안이 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런데 사법부의 최종 판단은 여러 해가 지나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우리 사회는, 국가는 참/진실/사실/진짜/정직과 거짓/허위/왜곡/가짜의 진위를 제대로 가릴 능력이 없는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천국?

‘봉이 김선달’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것이다. 변변찮은 신분으로 한양에 올라와 벼슬 등이 어렵게 되자, 풍류를 즐기며 떠돌다가 기지를 발휘해 지체 높은 권력가 양반, 부유한 상인 등을 골탕 먹인 일화가 유명한 인물이다. 한양 상인들과 흥정하여 허풍선에게 대동강 물을 일금 4,000냥에 팔아먹은 사기 이야기가 일화 중 유명하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봉이 김선달의 뺨을 칠 정도로 기가 찬 사기가 흔하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많고, 규모가 크기로는 정치판(?)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될 요량으로 유권자의 인기를 얻고자 엄청난 공약을 남발하여 정치 후원금을 받고 표를 받아 당선되고 호사를 누리는데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선거 공약(公約) 자체가 공약(空約-헛되게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선거 때 단골로 등장하던 ‘지하철 연장, 경전철 건설, 대학교와 대형 종합병원 유치, 신시가지 건설 등’을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 물’처럼 선거 공약(空約)으로 사용해 팔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관련된 선거 공약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 국민에게 해를 가하는 자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자들에게 너무도 관대하다.

 

남의 집을 자기 집으로 속여 팔기를 40차례나 계속한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모 경찰서가 아파트를 월세로 빌린 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집으로 속여 판 사기 혐의 한 명을 구속하고 일당을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남시, 김포시 등에서 월세로 빌린 아파트를 되파는 방법으로 모두 40여 차례에 걸쳐 43채의 아파트를 팔아 35억 원을 챙겨 달아났다. 이런 사건은 매일 벌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화된 신분 과대 포장과 사칭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신분, 체면, 가문 등을 중시한다. 신분에 따르는 위치나 자리, 직업, 학력, 경력, 재산, 가문 등을 거짓, 왜곡, 미화하여 말하거나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이런 행위를 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 문제가 된다.

 

대표적인 행위가 사칭이나 도용이다. 사칭은 이름, 직업, 성별, 주소, 나이, 학력 등을 거짓으로 속여 이르는 행위를 말한다. 대한민국에서는 말로 단순한 거짓말을 하는 것을 처벌하는 법은 없다. 말로써 사칭하는 것은 처벌하기가 어렵다.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뿐, 범죄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문서로 표기되는 사칭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범죄가 된다.

 

예를 들면 경찰, 군인, 소방관, 검찰 등 공무원을 사칭하고 권한을 불법적으로 행사하면 공무원자격사칭죄로 처벌한다. 우리들은 일상적 대화에서 ‘하는 일, 지위, 학력, 경력, 재산 등’을 습관적으로‘허위, 거짓, 왜곡’으로 과장하고 미화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당사자는 그런 행위를 별 죄의식 없이 하고, 듣는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듣기 일쑤다. 그러나 그것을 관대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문서 특히 공문서에 글로 표시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당사자가 이득을 얻으면 범죄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학력 등을 거짓으로 표현해 비난당하고 망신당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사진 ‘뽀샵’으로 인한 해프닝

정부 서울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청사 출입 게이트에 설치된 얼굴 인식 출입 시스템의 카메라 얼굴 영상과 공무원증 사진이 일치하지 않아 출입 거부당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한다. 카메라가 잡은 모니터 얼굴 영상과 공무원증에 등록한 사진이 나란히 떴는데, 붉은색 표시와 경고음이 나오더니 문이 열리지 않더라는 얘기다. 여러 번 얼굴 인증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안내 직원이 "보정하지 않은 사진을 청사 출입 전산 시스템에 새로 등록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이제는 일반 사진은 물론 본인임을 증명하는 '증명사진'도 '얼굴 성형'에 가까운 '뽀샵(포토샵을 가리키는 은어·사진 보정)'을 하는 게 필수라고 한다. 채용 면접 시 서류의 사진이나 여권 등 증명서 사진이 지나치게 보정되어 있어 해프닝이 벌어진다고 한다. 채용 등에서 외모가 중시되니 서류 심사일망정 좋은 평가를 받을 요량으로 보정된 사진을 서류에 붙이는 심정이야 이해된다. 그러나 공문서, 공적 증명서(여권, 신분증 등)에 첨부하는 사진의 보정은 주의해야 한다. 사진의 포토샵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게 지나친 얼굴 성형이다. 웃지 못할 일화가 많이 있다.

 

이런 세태의 본질과 문제

‘실상’이라는 말의 뜻은 그대로의 참모습, 실제 모양이나 상태를 이른다. ‘실상, 사실, 진실, 참, 진짜’ 등의 말은 모두 ‘있는 그대로 실체’를 포괄하는 말이다. 전달자는 가능한 ‘거짓 왜곡 없이, 정직하고 정확하게’ 표현해서 전달하면 문제가 적다. 전달자의 자세, 관점에서도 실상을 최대한‘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적확하고 균형 있게 ’전달하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앞에서 예로 든 실태들은 ‘실상’을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예를 들면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등)’, 거짓, 왜곡(과장 또는 축소)하여 미화하고 포장하려 하므로 생기는 현상이다. 거짓, 가짜, 왜곡, 허위가 만연되는 사회, 사칭, 사기 등 범죄가 판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법부 등 공권력조차 그러한 세태를 통제하지 못하고, 진위, 사실 여부를 가리지 않는 것은 너무도 문제가 크다.

 

이런 세태가 확산하며 대세가 되는 이유

대한민국 경제는 고도화된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 성과주의에 따른 보상 시스템은 승리하는 자에게 더 큰 보상을 준다. 그런데 이러한 시스템의 폐단은 너무 크다. 정치, 경제, 사회 등에서 ‘승자독식(이긴 사람이 모든 이익을 차지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승자독식의 사회는 파멸로 가는 길이다. 공동체의 존재, 패자의 존재를 부인함으로써 승자/패자의 교체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리는 전체주의 사회, 독재 사회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의 사회는 ‘실상, 사실, 진실, 참, 진짜, 정직, 성실, 선’ 등에 의한 선의의 경쟁에 별 관심이 없다. 승자에 대한 환호와 갈채만이 있을 따름이다.

 

탐욕스러운 이기주의가 사회 전반의 대세가 되고, 구성원들의 심리를 지배한다. 이기주의는 타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을 무시하고 개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사상이다. 타인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 이기주의에 오염된 사람, 품성과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그 국가나 사회가 불행해지는데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진짜와 가짜, 참과 허위, 도덕과 부도덕, 정직과 거짓의 진위’가 국가나 사회의 주요한‘소송, 논쟁거리, 의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민심과 여론, 역사’가 모두 인정하는 ‘공명정대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결과와 판단’이 신속 정확하게 나오고, 널리 공지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신상필벌(공이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상, 죄가 있는 사람에게는 벌을 준다)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한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다.

 

 

서재원 교수

● 창수초등학교, 포천중, 포천일고, 서울대 졸업

● 한국방송 KBS 편성국장, 편성센터장(편성책임자)

● 차의과학대학교 교양교육원장, 부총장

● 포천중 · 일고 총동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