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삶을 지탱하는 힘 '바닥짐' 이야기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살다 보면 이러저러한 일들에 발목이 잡히는 일이 많다.

하지만 삶의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던 근심거리가

어쩌면 자기 삶을 지탱하는 바닥짐이 될 수도 있다.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배 밑에 있는 바닥짐(ballast) 때문입니다. 바닥짐이란 배가 전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배 바닥에 채워 넣은 물이나 돌 같은 물건을 말합니다. 우리 인생도 무겁게 느껴지는 바닥짐이 있어야 고난을 극복하고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 글은 평생을 아프리카인들의 삶과 노예제도 폐지를 위하여 살아온 '데이비드 리빙스턴'이 어느 모임에서 연설한 내용이다. 삶에 있어서 불필요하거나 고통스럽다고 생각되는 짐이 역설적으로 인생을 버티게 해 주는 힘이라는 이야기다. 당시 리빙스턴에게는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커다란 고통이 있었다. 그에게는 집을 나가버린 방탕한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그런 아들을 생각하며 남들 앞에서 더욱 겸손한 마음을 가졌고, 어렵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절대 외면하지 않았다.

 

우리 인생도 이런 근심거리들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그러나 장애물이라고 생각하였던 근심거리가 어쩌면 내 인생을 지탱하는 바닥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인생의 바닥짐은 자신의 안에 배려와 겸손을 채워 무너지지 않게 한다. 바닥짐은 버리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희망의 길을 보여주는 지혜의 눈이다.

 

맨발의 인도 성자 '썬다 싱'이 히말라야 산길을 걷다가 동행자를 만나서 같이 가는 도중에 눈 위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싱이 동행자에게 "여기에 이 사람을 그대로 두면 죽으니 함께 업고 갑시다"라고 제안하였다. 그 말에 동행자는 "안타깝지만 이 사람을 데려가면 우리도 살기 힘드니 나는 혼자 가겠소"라고 대꾸하고 그냥 가버렸다.

 

싱은 하는 수 없이 노인을 등에 업고 얼마쯤 가다 길에서 죽은 사람 시체를 발견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먼저 떠난 동행자였다. 싱은 죽을힘을 다해 눈보라 속을 걷다 보니 등에서는 땀이 났다. 두 사람의 체온이 더해져서 매서운 추위도 견뎌낼 수가 있었다. 결국 싱과 노인은 무사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혼자 살겠다고 떠난 동행자는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사람을 가리키는 한자 사람 '人(인)' 자는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댄 형상으로 되어 있다. 나와 등을 맞댄 사람을 내치면 나도 넘어진다는 이치다. 그렇게 서로의 등을 기대고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살이인 것이다. 히말라야의 동행자는 그것을 무시하고 행동하다 자신의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다.

 

훗날 어떤 사람이 '썬다 싱'에게 "인생에서 가장 위험할 때가 언제입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썬다 싱'은 주저하지 않고 "내가 지고 가야 할 짐이 없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위험할 때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짐이 가벼워지기를 바라지만 그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 이 성자의 가르침이다.

 

살다 보면 이러저러한 일들에 발목이 잡히는 일이 많다. 하지만 삶의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던 근심거리가 어쩌면 자기 삶을 지탱하는 바닥짐이 될 수도 있다. 바닥짐은 자기 안에 배려와 겸손을 채워 삶 전체가 무너지지 않게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모든 것이 다 뒤집힐 만큼 막다른 순간에 부닥쳤을 때도 바닥짐은 침몰하지 않을 수 있는 지혜의 눈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