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일동면 길명1리 양선근 이장님을 칭찬합니다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올해까지 다섯 번째, 자신이 이장으로 있는 주민들에게 따뜻한 음식 한 끼라도 챙겨드리고 싶어 하는 길명1리 양선근 이장님 부부의 진심이 고스란히 마을 주민들에게 전해지며 잔잔하지만, 뜨거운 감동을 일으켰습니다.

 

 

필자는 2019년 포천에 오기 전까지 줄곧 서울에서 살았습니다. 그런 이유인지 읍면동이 있는 포천의 행정 구조가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저는 한동안 읍과 동과 면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옛말처럼 면장은 늙수그레한 남자 어르신이 돋보기안경을 쓰고, 곰방대를 입에 물고서 천자문이나 사서삼경을 펼쳐놓고 공부를 하는 사람인 줄만 알았습니다. 서당의 훈장님 정도로 생각한 듯합니다. 더구나 포천에서 만난 면장님 가운데 여자 면장님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꽤 놀랐습니다. 

 

읍과 면사무소는 다시 '리'라는 작은 행정 단위로 나뉘고, 이곳에 이장을 두고 있습니다. 행정동은 '리' 대신 '통'을 두고, 이 '통'에는 통장을 두고 있습니다. 보통 '이장님'이나 '통장님'으로 높임말로 부르지요. 

 

 

각설하고, 일동면에는 24개 리가 있습니다. 당연히 24명의 이장님이 있습니다. 이 스물네 명의 이장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분이 바로 길명1리의 양선근 이장님입니다. 양 이장님은 73년생으로 올해 만 52세입니다. 포천시 전체로 따져보아도 최연소는 아니더라도 비교적 어린 축에 드는 이장님이지요. 올해 손주까지 본 이장님인데도 그렇습니다.

 

이런 양선근 이장님이 지난 7월 5일 길명1리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 잔치를 벌였습니다. 포스터를 만들어 벽에도 붙였는데 제목이 이채롭습니다. "길명1리 이장이 쏜다, 묵밥 데이". 이 포스터를 촬영해 카톡으로 여러 사람에게 초청장을 보냈습니다. 길명1리 양선근 이장이 묵밥을 쏠 테니 일동면 영일로 561-3번지 길명1리 경로당으로 7월 5일 12시까지 모이라는 내용입니다.

 

"기왕 일을 벌인 김에 길명2리와 길명3리 이장님, 그리고 마을의 새마을지도자님도 함께 초대했습니다. 길명리는 3개 리로 분할되어 있어서 그동안 교류가 적었지만, 앞으로는 함께 협력을 돈독히 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저희 마을 잔치에 다른 이장님을 모신 것은 처음이지만 모두 흔쾌히 오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날 상 위에 차려진 음식은 묵밥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잡채와 부침개, 떡과 고기와 상추와 쑥갓 등 각종 야채와 오이소박이와 김치 등 산해진미가 한 상 가득 차려져 나왔습니다. 이 모든 음식을 양 이장의 부인 조정애 씨 혼자서 밤새도록 50인분 이상을 만들었다니 그 정성이 놀랍기만 합니다. 

 

게다가 매년 열리는 이날 행사가 벌써 다섯 번째라는 겁니다. 거꾸로 거슬러 계산해 보니 2022년 양선근 이장이 처음으로 이장으로 선출된 뒤 매년 이맘때쯤에 "이장이 쏜다"며 성탄 데이, 짜장 데이 등 행사를 해왔다는 것이지요. 이날 길명1리 경로당에 50여 분의 마을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양선근 이장은 이렇게 소감을 전했습니다. 

 

"먼저 지난 4년 동안 매년 조그만 행사를 진행했는데, 짜증 한번 내지 않고 50인분이 넘는 음식을 밤을 새우면서 혼자 정성껏 만든 아내(조정애 씨, 74년생)에게 감사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드시는 모든 음식은 아내의 손을 거쳤지만, 특히 묵은 아내가 직접 쑨 묵으로 묵밥을 만들었습니다. 마음껏 드시고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선한 표정으로 해맑게 웃는 양선근 길명1리 이장님과 그의 아내 조정애 여사. 자신이 이장으로 있는 주민들에게 따뜻한 음식 한 끼라도 챙겨드리고 싶어 하는 양 이장의 진심이 고스란히 마을 주민들에게 전해지며 잔잔하지만, 뜨거운 감동을 일으켰습니다.

 

최근, 이 마을 저 마을에서 몇몇 이장들이 눈살 찌푸리게 하는 월권 행사와 이권 개입 등으로 잡음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오는 가운데, 이렇게 자기 마을 주민들을 정성으로 섬기는 일동면 길명1리 양선근 이장님에게 '엄지척'을 드립니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칭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