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김은성 작가. 몽펠리에(Montpelier) 버몬트주의 행정수도 몽펠리에는 인구가 8천명에 불과하여 50개 주 중에 가장 인구가 적은 행정수도이며, 행정수도 중 유일하게 맥도날드가 들어와 있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금박으로 칠한 동그란 지붕을 얹은 의사당의 자태와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는 정말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였다. 마침 의사당 안 투어도 할 수 있었는데, 버몬트 사람들의 정치 성향과 그들의 자긍심 등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었다. 인구 60만명인 작은 주의 의사당이지만, 화려하고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어서 의회 민주주의의 위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다. ▲1859년 금박으로 동그란 지붕을 얹어 재건축한 버몬트주 국회의사당. 의사당 안의 대리석 장식은 건축 당시 대리석 장사를 하던 정치인이 기부의 형식으로 장식했으나, 누가 봐도 '샘플' 같이 보이는 대리석 조각을 보고 오가는 사람들이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니 요즘 유행하는 PPL이었던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고 진정한 섬김으로 골몰하는 정치인은 환상에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의사당 안에 장식된 대리석 조각은 기증한 사람이 팔고 있는 대리석의 견본이기도 하여
▲필자 김은성 작가. 버몬트주는, 이반 데니소비니치의 하루라는 책으로 노벨상을 받고 반체제 인사로 소련에서 추방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1976년부터 구소련이 붕괴하여 러시아로 돌아간 1994년까지 살던 곳이기도 하다. 인구 1,400명이 사는 캐번디시(Cavendish)라는 작은 마을에서 은거할 때, 마을 사람들은 그가 어디에 사는지 알았으나 방문하는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조용히 살고 싶어 한 그의 바람을 한 마음으로 존중해준 것이 버몬트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해준다. 캐번디시의 도서관은 솔제니친이 떠나며 선물로 준 그의 서명이 있는 저서를 보물처럼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2백년 전쯤에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의 버몬트주에 단풍이 불타는 계절은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타지로부터 불러 모은다. 신생국 미국에서 만나는 옛 모습은 불과 2백년 전으로 돌아가니 수천 년의 흔적을 간직한 구대륙에 비하면 옛것이라 부르기도 빈약하지만, 수천 년이 아닌 2백년이라 시간의 체감이 더 선명할 수도 있다. ▲우리가 들러본 마을들을 빨간 점으로 표시해봤다. 스트래튼(Stratton) 도시나 산업단지 등으로 개발된 곳이 별로 없는 버몬트주는,
▲필자 김은성 작가. 미국은 면적이나 독립적인 행정체계나 경제력으로 봐서 하나의 국가 같은 50개의 주가 모여 미연방 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이루고 있다. 기회가 허락된다면, 지나가는 길에 자동차 바퀴로라도 50개 주를 한 번씩 밟아보고 싶다는 바램을 갖고 있는데, 아직 가보지 못한 주가 일곱 주 정도라 실현 가능성이 있을 것도 같다. ▲버몬트주는 바다를 면하고 있지 않은 주이다. 동서로 80마일, 남북으로 160마일, 남한의 1/4 정도 크기의 작은 면적에 인구는 우리나라 경기도 일산과 비슷한 60만 명이 산다. 2022년 가을에는, 미디어보다는 그곳을 다녀온 자인들로부터 아름답다고 많이 들은 바 있는 최고의 단풍을 보러 버몬트주를 방문해 보았다. 좋은 여행이 되려면, 날씨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일정 지역을 어느 계절에 방문하는가에 따라서 여행의 추억과 만족도가 달라지니, 한번 가볼 거라면 그곳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계절에 방문할 수 있다면 최고의 행운이다. 버몬트주는 코네티컷, 메인,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주와 함께 17세기 초 유럽인들이 건너와 정착하기 시작한 신대륙의 땅, 뉴잉글랜드
▲필자 김은성 작가. 내가 사는 동네,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시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는, 벚꽃 필 때의 제퍼슨 기념관을 꼽는다. 1912년 일본에서 배로 실어 와서 선물로 심어준 3천여 그루 벚꽃이 만개한 워싱턴 디시의 벚꽃 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볼거리이며 사진작가들이 사랑하는 풍광이 펼쳐지는데, 제퍼슨 기념관이 보이는 사진이 가장 많고, 가장 아름답다고들 한다 . ▲토마스 제퍼슨. 1800년, 50대의 모습이다. 벚꽃이 만개하면, 관광객으로 뒤덮이는 디시에 가서, 제퍼슨 기념관 앞 층계에 앉아서 일본에서 온 꽃과 인공호수 건너편으로 보이는 미국 수도의 건축물이 어우러져 펼치는 찬란한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곤 한다. 주로 외관과 주변의 아름다움만 즐기곤 하다가, 여유가 있어진 요즘에야 기념관 안의 주인공 제퍼슨에 관한 전시물을 자세히 읽고 나니, 토마스 제퍼슨(1743년~1826년)은 미국의 다빈치(1452년~1519년)라고 생각되었다. ▲네오클래식 건축양식으로 지은 제퍼슨 기념관. 제퍼슨의 생애와 업적에 관한 방대한 전시물이 있는 박물관이다. 미술에 관심이 별로 없어도, 수십만 점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루브르 미술관의 최고 인기 작품인 모나리
▲필자 김은성 작가.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김은성 작가의 이번 원고는 이미 6월 초에 포천좋은신문 편집부에 도착했는데, 편집자인 제가 병원에 입원하느라 이제야 원고를 게재합니다. 김은성 작가님과 독자들에게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Marseille 마르세유 테제베 고속철(TGV) 역에서 걸어서 5분도 채 안 걸리는 역전에 잡은 숙소를 잘 이용해주는 차원에서, 오늘은 기차 타고 길을 떠나본다. 다행히 마르세유(현지 발음으론 '막세이'에 더 가깝다) 최고의 구경거리인 옛 항구도 역에서 걷기 좋은 거리에 위치하여 오늘 기차여행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느꼈다. 단지, 알람을 해놨는데도 아침에 꼭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잠을 설쳐서 종일 몸이 고달팠다. 별거 아닌 걸로도 잠을 설치는 신경의 노쇠함을 이럴 때 절감한다. 한적한 시골 여행을 선호하는지라 큰 도시에 속하는 이곳은 뺄까 싶기도 했는데, 프랑스 국가에도 등장하고 수많은 소설과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이 도시를 안 찍고 갈 수는 없다고 결론짓고, 살짝만 보려고 기차를 선택한 이유도 있다. 아비뇽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마르세유역에 내리니 '아, 역시 이곳은 굉장한 곳이다!' 인정하게 하는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오늘 창간 2주년을 맞이하면서 다시 2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 새 출발을 하려고 합니다. "포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 평생 제가 해왔던 일로 포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습니다. 샘물처럼 솟아나는 포천 사랑을 '포천좋은신문'에 고스란히 담아내겠습니다." '포천좋은신문'은 재작년인 2020년 9월 1일 창간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로 창간 2주년을 맞습니다. 2년 전 코로나가 창궐하던 무더운 여름 내내 창간 준비를 했고, 수확의 계절 9월 첫날에 독자 여러분 앞에 첫선을 보였던 기억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그 사이에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포천좋은신문'이 창간 2주년을 무사히 맞을 수 있도록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중에서도 '포천좋은신문' 독자들에게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독자 없는 신문은 있을 수 없고, 독자가 외면한 신문은 그 존재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포천좋은신문'은 지난 2년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무탈하게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비로소 처음으로 고백하지만, 포천좋은신문은 최근 3개월 사이에 '발행 중단'과 '폐간'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결심해야 할 정도로
▲필자 김은성 작가. 론강변을 따라서(Cote du Rhone) 아비뇽의 북쪽에는 론강이 흐른다. 론강변의 포도밭과 알프스산맥과 론강이 펼치는 프로방스의 자연경관을 보라고 가이드북이 엮어준 코스를 따라서 돌아보는 여정을 따라가 본다. 와인에 심취해 있진 않으나 여행 떠나기 전에 맛보고 아주 맘에 들었던, Chateauneuf du papes(교황의 새 샤또)에서 온 와인이 생각나서 우선 그곳으로 가본다. 아비뇽 유수 70년도 안 되는데 교황청이 소유했던 포도밭이 바다같이 넓다. 농지 가운데 높이 솟은 언덕 위에 여름 궁전을 지은 교황청의 유적이 있어서 교황의 새 샤또, 샤토네프뒤팝(Chateauneuf du papes)이라는 이름의 마을이다. ▲교황의 여름 궁전에서 보이는 마을과 포도밭. 여기서부터 종일 자동차로 달려도 내내 끝 모를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여기저기 와이너리 구경하다가 호텔에서 맛볼 와인 한 병만 샀다. 미국으로 보내면 송료가 병당 20유로라길래. 우리가 미국에서 마시는 와인이 20불도 안 되는구먼. 송료 생각하니, 미국산 와인이 가성비가 더 좋을 거라는 계산을! 하게 된다. 와인의 가격은 너무나 정직하여, 모든 이가 공감하진 않으나 값이 품
▲필자 김은성 작가. 니스에서 이탈리아를 향하여 지중해 연안으로 니스의 호텔에서 숙박하고, 이탈리아 방향으로 지중해 연안 도로를 따라가니 모나코 왕국이다. 그레이스 켈리가 운전하고 달리다가 사망한 가파른 절벽 위의 좁은 길이다. 유럽에는 아찔한 절벽 위의 좁은 길이 많은 편이라 고소 공포증이 있으면 운전하기 힘들 거 같은 길을 많이 만나는데, 현지인들은 익숙해서인지 우리 기준으론 마구 달린다고 느껴진다. 이성계의 후손들은 500년 동안 조선을 다스렸는데, 모나코의 그리말디 가문은 800년 동안 계속 다스리고 있다. 그리말디 가문은 원래 이탈리아에서 왔다고 한다. 쪽빛 바다 위 천혜의 철옹성에서 800년을 이어온 이 작은 왕가에 그레이스 켈리를 데리고 온 건, 이 나라 인지도에 큰 공헌을 했음이 분명하다. 유럽의 홍콩 같은 모습의 모나코는 인구 3만여 명인데 인구밀도 세계 최고라니 초미니 국가다. ▲모나코 왕국을 지켜준 절벽과 푸른 바다. 12시에 운 좋게 궁전에 도착하여 근위병 교대식을 관람했다. 그들은 군인이라기보다 관광객을 위한 공연 중인 장난감 병정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궁전 앞 근위병의 교대식. 그레이스 켈리가 1956년 결혼했고 묻혀있는 아름다운
"대선에서 얼마만큼 기여를 했느냐가 공천 기준이 될 것이다. 대선 기여도는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각자 가지고 있는 조직을 최대한 활성화해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최선을 다한 후보에게 공천을 주겠다." 지난 해 12월 대선 선대위 출범을 하면서 최춘식 국회의원이 당원들에게 약속한 말이다. 국민의힘이 공천 내홍을 겪고 있다. 이 내홍은 8일 공천신청 마감 직전부터 시작됐다. 그때부터 당 내부 여기저기에서는 볼멘소리들이 흘러나왔다. 공천과 관련해서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의 소리다. 이 술렁임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내홍의 발단은 공천등록 마감 직전에 예고 없이 등장한 두 명의 여성 후보로부터 비롯됐다. 안애경 후보와 손지영 후보가 그들이다. 두 후보는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서류를 준비해 등록했다고 말했다. 물론 두 후보의 잘못은 없다. 시의원 출마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던 터에 국민의힘 높은(?) 분들이 갑자기 공천 운운하며 출마하라고 하니, 넝쿨째 굴러들어온 복을 그냥 차버릴 수는 없었으리라. 누구라도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덥석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공천신청은 의외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민의힘 예비후보자
2017년 대선 당시에도 이번 대선과 같이 14개 읍면동 가운데 소흘읍, 선단동 포천동만 더불어민주당이 우세했고 나머지 11개 면에서 모두 자유한국당이 우세했지만, 다음 해 포천시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윤국 시장이 14개 읍면동 전체에서 자유한국당 백영현 후보를 앞서며 압승으로 끝났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포천의 표심은 어느 쪽을 향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포천 시민들은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국민의힘에 표를 더 주었다. 포천 시민들은 포천의 총 선거인 수 131,901명 가운데 95,968명이 투표에 참여해 72.8%의 투표율을 보였는데,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에 3% 정도 많은 2,985표를 더 준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총투표수의 46.2%인 44,320표를 받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는 49.2%인 47,306표가 돌아갔다. 나머지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비롯해 다른 후보들이 나누어 가졌다. 또 무효표도 905표나 나왔다. 14개 읍면동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득표수로 우세했던 곳은 도시 지역인 소흘읍과 포천동, 그리고 선단동 등 세 곳뿐이었다. 소흘읍에서는 12,819표(민)와 11,058표(국)
▲필자 김은성 작가. 칸에서 니스까지 지중해 연안(Cote D'Azure ) 여행 아비뇽 숙소에서 3박 4일 짐만 챙겨 들고, 프렌치 리비에라(French Riviera; riviera는 이탈리아어로 해안선)라고도 부르고 혹은 푸른 바다의 해안선이란 뜻의 꼬따쥬르(Cote D'Azure)라고 부르기도 하는 지중해 연안으로 떠난다. ▲매일 아침 눈뜨면 천천히 발길 닿는 곳으로 향하던 프로방스 시골 생활에서, 전 세계 부자들이 동경하는 바닷가 마을들을 구경나서는 길은 미리 짜놓은 여정에 맞추느라 새벽에 출발해야 한다. 시속 130킬로로 고속도로를 2시간 남짓 달려, 전도연 홍상수 박찬욱 등 한국 영화의 별들을 사랑해준 칸(Cannes)에 도착한다. 오전 9시 반인데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무비스타도 안 보이는데 아침 일찍부터 관광객들이 바글대는 낯선 풍경을 만난다. 기차역에, 타고 온 자동차를 주차하고 역전 카페에서 아침 식사로 먹은 커피와 크로상은 최고였다. "이게 바로 크로상!"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스타들의 수준에 맞춘 동네라 그런가 싶다, 이곳은 프랑스 버전의 말리브(Malibu; 캘리포니아 해변가의 부자마을)이며 베벌리 힐이다. 세계에서 모여든 엄청
▲필자 석인호 작가. 날씨 풀리자 까치들의 합창소리 요란해 동네 공원에서 까치들이 일제히 날며 요란하게 울어댄다. 더러는 둥지를 떠나 다른 나뭇가지에서 울고 어떤 녀석은 땅바닥까지 내려와 논다. 추운 겨우내 한 마리도 안 보였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까치들이다. 여러 놈들이 함께 날거나 시끄럽게 울어대 아침의 고요함을 깨뜨린다. 그들이 우는 건지 웃는 건지는 모르겠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던 날씨가 불과 며칠 새 영상으로 변했다. 급기야 오늘 아침의 최저기온은 영상 4도까지 올랐다. 갑자기 봄을 향해 한 달가량 건너뛴 듯하다. 나도 털모자와 장갑을 집에 두고 얇은 차림으로 아침 운동에 나섰다. 자주 가서 걷고 달리던 동네공원은 수목이 울창하다. 그중 공원의 외곽을 따라 늘어선 메타세쿼이아들이 일품이다. 위로 높고 곧게 자라 바로 옆 20층 아파트들과 키재기를 할 정도다. 공원 트랙에 표시된 숫자를 보면 한 바퀴 거리는 대략 1,150m쯤 될 것 같다. 오늘 아침 공원에 나가니 평소엔 못 들었던 까치 소리가 요란했다. 한 주의 첫날 아침에 듣는 까치 소리에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예부터 아침에 까치 소리 들으면 반가운 손님이나 소식이 온다고 했으니까.
▲필자 임후남 작가. 가만히 있으라. 이 말은 상당히 폭력적이다.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하는 말에는 상대의 생각과 행동을 차단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무시와 억압과 소외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결과는 상처와 비극을 초래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꽃 같은 아이들이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폭력을 우리는 목도하지 않았나. 올해 시부모님은 구순이 됐다. 큰 병이 없으니 건강하다고 하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어 몇 달 만에 만나면 확연히 그 모습이 다르다. 두 분 모두 저 나이가 되기 훨씬 전에는 우리 집에 오시면 살림을 도맡았다. 매월 마감을 하느라 며칠씩 야근을 하는 며느리를 대신해 함께 아이를 돌보며 어머니는 주방을 책임졌고, 아버님은 청소 등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도맡았다. 아침에 나가 밤에 들어오니 주방에 들어갈 일도 없었지만, 어머니가 오시면 나는 거의 주방에 가지 않았다. 아이가 학교 간 사이 두 분은 가까운 백화점도 가고, 남대문시장도 가곤 했다. 지방에 사는 두 분의 정기적인 서울 나들이는 근 10년 남짓 이어졌다. 아이가 크고, 내가 더는 마감 없는 인생을 살게 되자 두 분의 정기적인 서울 나들이도 끝났다. 대신 명절이나 그 외 나의 출
▲필자 김은성 작가. Sous le ciel d'Arles 아를의 하늘 아래서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첫 번째로 방문하고 싶었던 곳, 아를(Arles)로 간다. 아비뇽의 숙소에서 35km 정도 떨어진 곳인데 미국 기준으로는 옆집이다. '아를의 여인'이란 제목의 희곡(알퐁스 도데), 음악(비제) 그리고 그림(반 고흐)으로 유명해진 이유로 오랫동안 많이 들어온 지명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아를의 여인'. 소박하고 조용한 시골길로 아를을 향해가는 도로변에서는 고흐가 사랑한 해바라기밭들을 만난다. 어디서나 보는 해바라기밭이지만, 인류가 사랑하는 고흐의 그림 속에서 본 그 해바라기라는 감동이 잔잔하게 스며든다. ▲시골길의 해바라기. 아를에 도착하니 오늘은 시골장이 서는 날이다. 프로방스는 프랑스의 농촌인지라, 재래시장이 관광객용이 아니고 일상이다. 엑상프로방스에선, 그 동네 버전으로 샹젤리제에 속하는 미라보 광장, 도시 한복판에 이런 장이 서던데 이곳 시장은 시골 마을이지만 규모가 더 크다. ▲마구 사 가고 싶은 테이블 린넨. 상점보다 아주 싼 값에 현지인들처럼 장을 보았다. 라벤더꿀과 아몬드 가루로 반죽한 이곳 전통 과자 칼리송(calisson), 계란흰자,
▲필자 김은성. Voila! Lavande pour moi 사진 속의 라벤더밭으로 프로방스에 오고 싶다는 바램은, 한 장의 사진에서부터였다. 우연히 보게 된 달력 사진 같은 풍경, 보랏빛 라벤더밭과 중세의 수도원 사진 한 장이 이 여행을 계획한 동기다. 오늘은 그 사진 속으로 가보기로 한다. 아비뇽에서 1시간 정도 자동차로 가면, 산속에 자리 잡은 중세 건물, 세낭크 수도원(Senanque Abbey)이 있다. 오후 1시에 문 닫는 아비뇽 재래시장에 먼저 들러서, 문어 주꾸미 오징어를 식초, 올리브에 절인 것과 도마토, 바케트를 사 들고 가서, 수도원 나무 그늘에서 프랑스 사람들처럼 피크닉으로 점심을 먹었다. ▲아비뇽의 재래시장. 12세기 무렵, 바위 산중에 가난한 수도승들이 오두막을 지어 시작했다는 이 수도원은 바위와 산과 중세건물이 라벤더밭과 어우러져 펼치는 그림으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어 있다. 높은 지역의 산자락이라 아직 라벤더가 피질 않아서 오늘은 다행히 주차할 곳도 있고 인산인해가 아니었으나, 라벤더가 피면 아침 일찍 오지 않으면 주차할 곳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2주 후에 다시 와볼 건데, 평일 아침 9시 이전에 도착해야 주차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