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더위를 이기기 위해 먹는 음식을 복달임이라고 한다. 복날이 오면 개장과 삼계탕 같은 자양분이 많은 음식으로 몸을 보양했다. 또한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을 예방한다고 하여 팥죽을 쑤어 먹기도 한다. 육개장은 개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쇠고기와 대파, 토란대로 개장과 같은 맛을 낸 음식이다.
삼복은 1년 중 무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음력 6~7월에 있는 3번의 절기인 초복, 중복, 말복을 가리킨다. 이 삼복은 24절기에는 속하지 않지만, 4계절이 뚜렷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복날에 관한 전통적인 세시 풍습이 이어져 오고 있다.
기원전 2세기경 중국 한나라 시절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보면 그 당시 복날을 지키는 풍습이 처음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기록으로는 조선 정조와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 기원전 679년 중국 진(秦)나라에서 개를 잡아 해충의 피해를 막는 제사를 올린 데에서 복날이 유래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복날 풍습은 이미 기원전 7세기 무렵부터 성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행설에 따르면 여름철은 화(火)의 기운, 가을철은 금(金)의 기운에 해당한다. 그런데 삼복 기간은 가을의 금 기운이 땅으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의 기운이 강렬하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하는 때라고 한다. 그래서 복날의 한자 ‘복(伏)’ 자는 여름철의 더운 기운에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것을 상형화한 글자 모양이다.
복날은 십간 가운데에서 ‘금(金)’을 뜻하는 ‘경(庚)’일을 택하여 하지 이후 달아오르는 무더위를 극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일’이란, 날의 간지 앞부분에 십간 중 '경(庚)' 자가 들어가는 날을 말하며, 일진이 경오(庚午), 경진(庚辰), 경인(庚寅), 경자(庚子), 경술(庚戌), 경신(庚申) 일인 날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 후 세 번째 경일인 초복에서 네 번째 경일인 중복은 10일 간격이다. 중복에서 입추 후 첫 번째 경일까지는 10일 또는 20일 간격이 된다. 초복에서 말복까지 20일 만에 삼복이 들면 매번 복날이 이어졌다고 하여 ‘매복(每伏)’이라고 한다.
초복과 중복은 하지를 기준으로 하지만, 말복은 입추를 기준으로 하므로 때로 하지를 기준으로 할 때 다섯 번째 경일은 건너뛰고 여섯 번째 경일에 말복이 드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중복에서 말복까지 20일 간격이 되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복날인 초복부터 말복까지 드는 더위를 흔히 '삼복더위'라고 한다. 1년 중 더위가 가장 심한 때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던 옛날에는 이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시원한 산간 계곡을 찾아서 발을 물에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탁족(濯足)을 즐겼다.
또 해안 지방에서는 백사장에서 모래찜질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한다. 복날에 목욕하면 몸이 여윈다고 하여 복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목욕하지 않는 풍습도 있다.
복날 더위를 이기기 위해 먹는 음식을 복달임이라고 한다. 복날이 오면 개장과 삼계탕 같은 자양분이 많은 음식으로 몸을 보양했다. 또한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을 예방한다고 하여 팥죽을 쑤어 먹기도 한다. 육개장은 개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쇠고기와 대파, 토란대로 개장과 같은 맛을 낸 음식이다. 전라도에서는 복달임으로 밀전병이나 수박을 먹으며, 충청도에서는 복날 새벽 일찍 우물물을 길어다 먹으며 복을 빌었다.
조선시대에는 복날에, 궁중에서 관리들에게 쇠고기를 내리기도 했다. 일반 백성들은 쇠고기보다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개고기나 닭고기를 주로 복달임 음식으로 해 먹었으며, 그런 풍습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궁에서는 삼복마다 팥죽을 먹기도 했다. 흔히 동지에 팥죽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팥죽은 더위를 쉽게 물리치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삼복에 먹었던 음식이다. 동의보감에서도 팥은 설사를 치유하고 열독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필자가 처음 포천에 온 것은 5년 전인 2019년 7월, 뜨거운 여름 삼복더위 중이었다. 지금은 거의 자취가 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복날에는 14개 읍면동에서는 마을마다 보신탕을 끓여 마을 사람끼리 즐기는 풍습이 있었고, 당시 포천에서 처음 기자 활동을 시작했던 기자는 복날 점심때마다 이 마을 저 마을로 보신탕을 함께하자는 지인에게 불려 다녔던 기억이 있다. 어떤 때는 점심 한 끼 동안 2~3마을을 순회기도 했다.
마을마다 개를 잡는 선수들이 한 명씩은 있었다. 그 사람 이외에는 누구도 설설 끓는 가마솥 앞에 얼씬도 못 하게 했다. 이런 풍습은 2~3년 동안 계속되다가 사라졌다. 이제는 개장국이 금지되어 이러한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어 아쉽지만, 그 대신 요즘은 마을마다 닭고기를 가마솥에 삶아 삼계탕으로 보신하는 곳이 많이 늘어났다.
14일은 삼복 중 마지막인 말복이다. 폭염으로 유난히 뜨거웠던 올여름 더위도 이제 말복을 지나면 한풀 꺾여 선선한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