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의 향기
생각의 조각들이
하얀 종이 위로 시집을 가네
글자들은 꽃이기에
꽃잎에게 향기를 건네주듯
소리 없는 미소가 숨을 쉬듯
침묵의 숨소리가 빛나네
페이지는 별처럼 반짝이는 글자들의 정원
글자들은 마음의 숲에 내리는 이슬방울
사랑도 명예도 꿈으로 새겨지는 여정
침묵으로 말하는 글자들의 줄서기
시인과 종이는 늙어도
시집간 시어들은 늙지 않고
초록의 나무로 서 있네
십자성처럼 반짝이네
시인은 죽어도 시는 죽지 않기에
시집은 글자들의 여행길
시집은 산이요 바다요 강이요
새싹들이 자라는 꿈속의 푸른 들녘
3월의 정원
햇살이 부드러운 손을 내미는 봄
뒷동산 아래 얼었던 샘터도 녹아 흐르고
길섶에 숨었던 냉이가 꽃을 피우고
나들이 길에서 만난 민들레는
노오란 꽃눈으로 해를 쳐다보고
정원에 서있는 꽃나무들이 꽃눈을 뜨네
이제 4월이 오면
진달래 목련이 화사한 웃음으로 만나겠지
봄볕은 나를 나는 봄볕을 기다리기에
정원에 선 꽃나무들에게
해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향기를 사랑한다고
눈길로 포옹하네
인생 법정
그대는 인생이라는 소풍을 와서
눈물과 웃음을 만나 살면서
삶이라는 숙제를 열심히 하고 있는가
가야금 열 두 줄을 닮은 열 두 달이 묻는 말을
무슨 언어로 대답 했는가
행복과 불행을 만나 무슨 약속을 하였는가
바닷가 모래밭에 써 놓은 이름이 지워지는
이유를 기억 하는가
불꽃처럼 다가와 바람처럼 가버린 사랑에 대하여
세월에게 맡겨둔 삶이라는 저금통장에
얼마만큼의 행복을 담아 놓았는가
인생의 고갯길을 바르게 넘었는가
인생에게 판결하노라
가는 길을 뒤 돌아 보아도 돌아갈 수 없는 이유를
알려 주시고
세월에게 맡겨진 인생시계에게
정류장을 만들어 주어 쉬었다 가게 하시오
이원용
시인. 아호 : 우향
한맥문학 등단
포천문인협회장 역임
윌더니스문학 운영위원장
황야문학상 수상
한국문학신문문학상
스토리문학상
DMZ문학상 등 문화예술상 15회 수상
시집 『날지 않는 나비』 외 2권
문학지 기고 100여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