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있는 사람들이라면 몇 마디만 물어보고 들으면 금세 알 수 있는 '새빨간 거짓말'을 포천 시민을 상대로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는 시의장의 심리 상태를 필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거짓말은 진실이 아닌 말을 하는 것, 즉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행위다. 거짓말은 곤란한 경우를 벗어나기 위해서 하게 되는데, 언젠가는 들통이 나기 마련이다. 거짓말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한다고 하더라도, 그 거짓말을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대부분은 또다시 더 큰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법이다.
영국의 한 작은 술집에서는 매년 세계 거짓말 대회를 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말로써 먹고 사는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과 변호사, 그리고 외교관은 절대 참가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요즘 세태를 보면 이해가 된다. 거짓말에 능숙한 그들이 우승을 할 것은 뻔하니까.
거짓말에는 색깔로도 표현한다. 하얀 거짓말은 남을 배려하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로, 세계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까만 거짓말은 자신의 죄를 덮거나 은폐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다. 노란 거짓말은 아이들이 하는 귀여운 거짓말이고, 분홍 거짓말은 연인 사이에 하는 거짓말이다. 새빨간 거짓말은 주로 한국에서 쓰는 데 진실이 전혀 없는 완벽한 거짓말을 뜻한다.
거짓말에 관계된 증상으로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지식백과사전에 검색해 보면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를 뜻하는 용어다.
거짓이 탄로 날까 봐 불안해하는 단순 거짓말쟁이와 달리, 리플리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다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이를 진실로 믿고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미국의 여류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쓴 '재능 있는 리플리 씨'라는 소설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리플리는 거짓말을 현실로 믿은 채 환상 속에서 사는 인물이다.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가 재벌의 아들인 친구 디키 그린리프를 죽이고서, 죽은 친구로 신분을 속여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소설이다. 거짓을 감추기 위한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으로 리플리의 행동은 완전범죄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죽은 그린리프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진실이 드러난다.
최근 포천시의장이 된 임종훈 의원을 보면 이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임종훈 의원은 시의장이 된 후 본지가 보도한 "국민의힘 당원들, '배신의 아이콘' 임종훈이 시의장이라서 창피하다' 제하의 기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이후 본지가 민주당 의원들을 취재해서 '그날 밤의 증언'이 연속해서 보도하는 상황에서도, 임종훈 의원은 투표 전날 밤인 6월 30일에 민주당 지역위원장 사무실에 간 적이 없으며 민주당 의원들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한결같이 주장했다. 그렇기에 의장과 부의장, 운영위원장에 대해 상의한 일이 없었고, 민주당과 야합했다고 보도한 본지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지난 21일 양측의 의견을 중재하기 위해 조정심사회를 열었다. 이날 담당 부장판사 앞에서 필자와 함께 나란히 앉아 증언한 임종훈 의원의 이야기를 여기에 옮길 수 없어서 유감이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조정심사에 들어가기 전, '조정심사 중에 나온 이야기를 녹음할 수 없으며, 사진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서 있었던 내용까지 보도할 수 없다'는 각서를 양측에 미리 서명을 받기 때문이다.
본지는 그러나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실 안에서 있었던 일 이외에 취재한 사실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보도할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투표 전날 상황에 관해 묻는 본지의 취재에 "임 의원처럼 똑같이 거짓말할 수 없지 않으냐"며 그날 밤 있었던 사실에 대해 대답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14일 "임종훈, 투표 전 날 밤 민주당사 찾아와 의장, 부의장, 운영위원장직 함께 상의했다"라는 제목으로 웹사이트를 통해 보도됐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인격과 품위에 관계된 문제다. 아무리 정치인이 거짓말을 밥 먹듯 해서 세계 거짓말 대회에 참석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지만, 상식 있는 사람들이라면 몇 마디만 물어보고 들으면 금세 알 수 있는 '새빨간 거짓말'을 포천 시민을 상대로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는 시의장의 심리 상태를 필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