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공정성 여부와 관계없이 71.4%라는 높은 여론조사 수치를 보면 참모들은 먼저 의구심부터 가져야 했다. 결과가 좋다고 시장에게 보고하고,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보도자료를 살포한 일은 정무 감각이 전혀 없는 참모들의 모습이다.
지난달 포천시는 기획예산과 주도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백영현 포천시장이 시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71.4%가 나왔다. '못 하고 있다'는 28.6%에 불과했다. 결국, 백 시장의 지지도가 71.4%라는 이야기인데, 필자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왜곡없이 이 정도로 높은 지지율을 본 기억이 없다. 지난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원들만 모여 투표한 당 대표 선출에서 받은 85%의 지지율은 기억에 있다. 그러나 지자체장인 백 시장이 받은 71.4%의 지지율은 공산국가나 일당 독재 치하에서나 나올 수 있는 경이로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포천시 언론홍보팀은 출입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뿌렸고, 대부분 매체가 이를 받아서 보도했다. 심지어 어느 매체는 이처럼 높은 백 시장의 지지율에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백 시장은 '시민과 함께하는 시정 운영의 힘, 71.4% 지지율의 비결을 말하다'라는 제하의 이 인터뷰에서 본인의 높은 지지율 이유로 포천천 블루웨이 사업과 청성산 개발 사업이 시민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았고, 교육 관련 정책도 큰 호응을 받았다고 꼽았다.
교육 부문에서는 지난 7월 포천이 교육발전특구 시범지구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3년 동안 100억 원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한바탕 난리법석을 치른 뒤라 그렇다 치더라도(이것도 전국 대부분 신청 도시가 받았다), 포천천 블루웨이 사업이나 청성산 사업은 현재 초기 진행 상태로 아직 시민들이 피부로 실감할 정도는 아니기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백 시장은 여기에 한술 더 떴다. 71.4%라는 지지율은 감사한 결과지만, 그보다는 아직도 30%의 시민들이 시정에 만족하지 못 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무게를 두고 모든 시민이 만족할 수 있는 시정을 펼치겠다고 했다. 시장이 시를 위해서 열심히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지만, 그는 이번에 시에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아무런 여과 없이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어서 놀랍다.
현재 대통령의 지지도와 국민의힘 지지도가 30%를 오르내리는 판이다. 아무리 포천이 '경기도의 TK'라지만, 여론조사를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선거만 세 번이나 직접 치른 시장이 이와 같은 인식을 두고 있다는 점은 이해 불가다. 백 시장은 여론조사라는 것이 조사 방법이나 유도성 질문, 대상자 선정 등에 따라 얼마든지 사실과 다르게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다.
더구나 불과 다섯 달 전에 치른 국회의원 선거에서 시장이 속한 국민의힘이 포천에서 민주당에 3225표나 뒤졌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장이, 다른 자리도 아니고 언론 인터뷰에서 본인 지지율 71.4%에 관한 인터뷰를 확정적으로 했다는 사실 자체가 민망스러운 일이다.
여론조사 공정성 여부와 관계없이 71.4%라는 높은 여론조사 수치를 보면 참모들은 먼저 의구심부터 가져야 했다. 결과가 좋다고 시장에게 보고하고,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보도자료를 살포한 일은 정무 감각이 전혀 없는 참모들의 모습이다. 시장을 돕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해를 끼치는 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포천시의 중요한 정책이 왜곡에 가까운 이런 여론조사에 따라 확정되고 실행된다는 사실이 더욱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