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지구 환경을 바라며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전 KBS프로듀서/아나운서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닙니다. 지구는 모든 생태계와 무생물, 광물질 등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사람은 최고의 지능과 지혜, 문명과 문화, 훌륭한 네트워크를 가진 지구의 최강자 생명체입니다. 그러기에 인간은 지구에 있는 생명체와 자연과 환경을 배려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프랑스 출신 비행사 작가인 생텍쥐페리, 어른을 위한 그의 동화 ‘어린 왕자’ 내용입니다. 집채 크기의 아주 작은 별에서 가시가 돋은 꽃, 풀 몇 포기, 양과 함께 단조롭고 고독한 삶을 살던 어린 왕자는 여러 별을 여행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별, 지구를 찾는다. 지구에는 백 명이 넘는 왕, 많은 수의 지리학자와 사업가,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주정뱅이, 삼억 명이 넘는 허영꾼을 포함한 약 이십억 명 정도의 어른들이 살고 있다.

 

어린 왕자는 지구에서 뱀, 시시한 꽃, 메아리, 여우, 오천 송이 장미꽃, 철도원, 장사꾼, 그리고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 아저씨 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것을 느끼며 배운다. 여우로부터는 훌륭한 지혜를 배우고 사막에서 비행사 아저씨와 우물을 찾아 달콤한 샘물을 마신다. 어린 왕자는 별을 떠난 지 일 년이 되는 날, 메마르고 뾰족뾰족하고 험한 지구, 비축한 물이 바닥이 드러나고 있을 때 사막에서 독이 있는 뱀에 물린다. 그래서 별로 가기엔 너무 무거운 육신은 지구에 내려놓고 어린왕자의 꽃이 있는 별로 돌아간다. 비행사 아저씨에게는 웃음과 샘이 있는 오억 개의 하늘의 별과 방울을 선물로 준 채.....

 

동화처럼 지구가 여러 종류의 사람, 여우와 뱀 등 동물, 시시한 꽃과 장미꽃, 바오바브나무 등 식물, 메아리, 사막, 우물 등과 같은 무생물, 그리고 순수한 꿈과 사랑이 있는 어린 왕자가 함께 조화롭게 사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동화 속에서 어린 왕자는 비록 자신의 별에 있는 가시가 있는 꽃을 잊지 못하고 뱀에 물려 일 년 만에 돌아가지만..... 참, 동화에서 어린 왕자로부터 하늘의 수많은 별을 선물 받은, 이 동화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실제로 사막을 비행하다 행방불명이 되어 영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지구는 이처럼 사람만이 사는 곳이 아닙니다. 동물, 식물 등 다른 생명체와 어우러져 사람이 살아야 하는 공동 생존 공간으로 꿈과 사랑이 풍성했으면 합니다. 지구 최고의 지능과 문명, 문화를 가진 인간은 생명체 모두의 공간인 지구 자연과 환경을 잘 보호하는 데에 보다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모든 생명체를 존귀하게 생각하여 배려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최소한의 법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최근 시행한 동물보호법과 이미 시행 중인 환경보전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쓰레기통을 뒤져 연명하는 북극곰의 비극

얼음으로 뒤덮인 캐나다, 알래스카, 그린란드, 러시아 북극해에는 몸무게가 보통 500킬로가 넘는 지상 최대의 포식자가 살고 있다. 바다표범, 물개, 작은 포유류 등을 빙하에서 사냥하던 북극곰이 얼음이 녹으면서 사냥터를 잃고 마을의 쓰레기통과 쓰레기장을 뒤져 연명하는 신세가 되었다. 후각이 뛰어난 북극곰은 관광객의 음식물을 노리기도 한다. 온실가스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비극은 먼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우리 동해안의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 한류와 난류가 합류하는 지점이 북상하고 바닷속 백화 현상으로 울릉도 독도 인근에는 오징어 먹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명태, 고등어, 꽁치, 임연수어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어시장에 가보면 국산 생선들을 진열하던 자리를 노르웨이. 칠레, 미국, 러시아, 태평양 등 원양의 생선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 식탁도 바뀌고 있다.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우리 동해는 백화 현상으로 산호초는 물론 해조류도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바닷물에 이산화탄소 유입이 대폭 늘면서 산호초나 어패류 껍질 등의 칼슘이 물에 녹으며 껍질은 약해지고 바닷물 석회 성분은 증가하여 해저의 바위, 해조류를 온통 뒤덮어 해저가 백색으로 바뀌고 있다. 인간이 소비하는 석탄, 석유 등 에너지원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쉽게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여 보다 편리하게 살아가려는 인간의 욕망이 지구의 환경을 변화시켜 생명체 모두를 위기에 빠뜨리며 고통을 주고 있다. 계속 줄어드는 벌을 비롯한 곤충의 개체 수, 그로 인한 식물 생태계의 변화 또한 심상치 않다. 조만간 우리 식탁의 채소, 과일 등 메뉴가 달라질 수 있다.

 

아스팔트 도로 지하에서 맹꽁이, 개구리가 우는 사연

필자가 살던 곳 인근에는 산책하기 딱 좋은 공원이 있었다. 신도시를 조성해 매입한 논, 밭을 평탄하게 고르고 하천을 복개하여 조경을 하였다. 타원형 공원 둘레에는 산책로가 있고 그 옆으로 왕복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나 있다.

 

어느 여름비가 제법 내리던 날, 산책로를 걷자니 인접한 아스팔트 도로 바로 밑 지하에서 개구리와 맹꽁이 우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게 아닌가? 가던 길을 멈추고, 도로에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도로 지하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늘어난 냇물 소리에 개구리, 맹꽁이 울음소리가 함께 들리고 있다. 어두운 복개 도로 지하 하천에 사는 개구리, 맹꽁이가 본능에 충실하여 서글피 우는 것이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개구리와 맹꽁이,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물들이 왜 이사 못 가고, 어두운 곳에서 계속 살고 있는지는 모른다. 비가 내리면 영락없이 목청 높여 우는 개구리와 맹꽁이의 처량한 울음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호주 크리스마스라는 작은 섬은 ‘홍게 떼의 대이동’이라는 볼거리로 유명하다. 매년 벌어지는 수억 마리 홍게 떼의 빨간 대이동의 장관은 세계적인 미스터리로 뉴스거리가 되고,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홍게는 해변으로부터 6-7 Km 떨어진 숲속에서 살다, 산란철이면 도로와 마을을 가로질러 해변 숲에서 교미하여 알을 품어 바닷물에다 알을 털고 다시 숲으로 돌아오는 대이동을 한다.

 

그런데 이 대이동은 사람에게는 대단한 볼거리지만 홍게에게는 생명을 건 고난의 길이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자동차 도로와 주택, 편의시설, 그리고 관광객이 내버린 온갖 쓰레기를 넘고 넘어 산란이라는 본능을 위한 대이동을 하다 엄청난 희생을 치른다.

 

직진밖에 모르는 홍게의 이동 습성으로 차에 치이고, 천적에 먹히고, 쓰레기 더미에 갇히고, 사고를 당해 참혹하게 생명을 잃는다. 섬 행정 당국에서 도로 통제도 하고 안전장치와 전용 육교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그러한 노력을 아무리 하더라고 이 홍게 떼의 고난의 대이동과 그에 따른 희생은 홍게들의 생태계를 인간이 교란하여 만든 비극의 참사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른 동식물을 배려치 않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이른바 지구 동거인(?)들이 고통을 받는 사례를 예로 들었다.

 

잔혹한 동물 학대와 살상, 멈춰야 합니다

방송 다큐멘터리 내용이다. 마을에 사는 고양이를 특수제작 덫으로 포획해 산채로 뜨거운 물에 넣어 대량 살상하고 사체를 판매용으로 보관하는 영상이 방송된다. 요청하는 사람이 있기에 그러했다고 말한다. 죄의식이 전혀 없다. 굳이 이미 시행에 들어간 동물보호법을 들 필요도 없이 범죄이다.

 

또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길이 1.8ⅿ, 폭 0.65ⅿ의 사육 틀에 돼지를 가두어 사육하는 소위 돼지 공장을 취재한 내용의 영상이 나오고 있다. 좁디좁은 사육 틀에 갇힌 돼지는 스트레스로 인해 폭력적, 공격적으로 변하여 서로 상처를 입히지 못하도록 이빨이 뽑히고 꼬리가 잘린 후에 사육된다. 비참한 돼지 공장의 사육 틀은 도축될 때까지 절대 나올 수 없는 공간이다. 너무도 구체적이어서 잔인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영상이다.

 

바닷가에서 폐사한 갈매기의 배를 갈라 보니 소화하지 못한 플라스틱 조각과 비닐이 그득하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한 동물에 대한 잔인한 폭행과 학대는 우리 모두에게 슬픔을 넘어 분노와 절망을 느끼게 한다.

 

생명을 경시하는 영상, 방송은 신중해야 합니다

모 공영방송에서 저녁 무렵 교양 정보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귀촌한 주인공이 울 안에서 닭을 쫓다 퍼덕이는 한 마리를 움켜잡고 출연자에게 하는 말이다. “놓아서 기른 토종닭입니다. 백숙, 엄청 맛있습니다.” 방송은 가족 시청 시간대에 생명을 경시하는 영상을 가능한 한 삼가야 한다.

 

뒤이어 마을 주민들이 매운탕을 끓인다며 하천 얼음을 깨고 멸치보다도 작은 피라미, 꺽지 몇 마리를 잡아 그릇에 털어 넣고 요리하는 영상이 나오는 데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한편, 야생의 동물이나 조류가 사람에게 가깝게 다가서고, 사람들은 기꺼이 그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영상을 가끔 시청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그 영상을 인간과 야생의 친화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깊이 생각해야 할 측면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닙니다. 지구는 모든 생태계와 무생물, 광물질 등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사람은 최고의 지능과 지혜, 문명과 문화, 훌륭한 네트워크를 가진 지구의 최강자 생명체입니다. 그러기에 인간은 지구에 있는 생명체와 자연과 환경을 배려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두에게 고통과 피해를 줄 권리는 더욱이 없습니다.

 

 

서재원 교수

. 창수초등학교, 포천중, 포천일고, 서울대 졸업

. 한국방송 KBS 편성국장, 편성센터장(편성책임자)

. 차의과학대학교 교양교육원장, 부총장

. 포천중·일고 총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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