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 ‘갭(Gap)’은 맨 처음 ‘팬츠 앤 디스코(The Pants and Discos)’라는 이름이 붙을 뻔했다. 창립자 도널드 피셔(Donald Fisher)가 1969년 샌프란시스코에 청바지 전문매장 '더 갭(The Gap)'을 열 때 '4톤의 리바이스(4 tons of Levi’s)'라는 슬로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색상과 치수의 리바이스 제품을 쌓아놓고 갭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창업 초기부터 청바지의 주 구매층인 12세에서 25세까지를 타깃으로 삼았다. 그래서 결국 ‘세대 차이(The Generation Gap)’라는 의미를 담아 ‘갭’으로 이름을 정했다.
갭은 흰 바탕에 상호명인 ‘The Gap’이라고 쓴 로고를 썼다. 그러다가 1988년엔 파란색 정사각형에 'GAP'이라는 브랜드명이 흰색으로 쓰인 로고가 탄생했고, 현재까지 이 로고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각자 몸에 딱 맞는 치수의 청바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양한 치수를 갖춘 갭을 찾게 되어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은 비결이 아닐까.
갭(Gap)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과 사람, 일반적인 현상과 현상 사이에 존재하는 의견 등의 차이를 일컫는다. 더러 주식의 시세를 분석하는 도표에 나타나는 공간을 말하기도 하는데, 그 갭이 최근 ‘갭 투자’로 이 땅에 되살아나 부동산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분위기다.
갭 투자는 주로 아파트를 단골로 한다.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이다.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셋값 간에 금액 차이가 크지 않을 때 그 갭(차이)만큼만 돈이 있으면 아파트를 사들일 수 있다.
“툭하면 세(稅) 올리고… 비싼 전세 사느니 차라리 아파트 하나 사자!”
매수 후 본인이 직접 살지 않고 전세를 놓았다가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시세차익을 얻는다. 아파트 가격이 5억이고, 전세를 4억 7천에 임대할 수 있으면 3천만 원만 있으면 아파트를 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적당한 때 매도하여 시세차익을 얻는다. “나 집 샀다”고 자랑하지만 실상은 90%가 내 돈이 아니다.
전세 계약이 종료되면 전세금을 올리거나 매매 가격이 오른 만큼의 차익을 얻을 수 있어 저금리, 주택 경기 호황을 기반으로 5~6년 전부터 크게 유행하였다. 갭 투자는 타인의 자본을 이용하는 바람에 위험이 따른다. 전세 세입자를 못 구하는 리스크와 집값이 떨어지는 위험부담이다.
부동산 호황기에 집값이 상승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깡통주택으로 전락해 집을 팔아도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대출금을 갚지 못한다. 투자할 돈이 바닥나면 결국 경매가 되어 자신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고, 세입자에게 재산적 피해를 줘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다. 2018년 ‘동탄 신도시 사건’이 그랬다.
갭 투자의 매력은 당장 손에 쥔 투자금액이 적더라도 내가 원하는 아파트를 살 수 있고, 성실하게 벌어서 전세금을 다 갚으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갭 투자 후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수익을 얻어 더 큰 투자도 가능하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비규제 지역에서 갭 투자가 남발돼 풍선효과가 걱정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김포, 파주 등의 수도권과 지방 중심지역 등 규제를 비껴간 지역에서는 대출을 받아 자기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갭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 임대차법 시행과 함께 시작된 전세난이 갭 투자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달콤한 유혹에 빠져서 무리하게 여러 채의 부동산을 구입하지 말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구입해야 캡 투자가 진정한 투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