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에 따르면 주부의 절반 이상이 “올해는 직접 김장할 계획이 없다”는
식품업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6.2%는 '김장 안 한다'고 답했고, '김장한다'는 응답자는 43.8%였다.
김장 안 한다는 응답이 지난해보다 1.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김장이 번거롭다거나 아예 할 줄을 몰라 두 배쯤 비싼 값을 지불하고 절인 배추를
배달시켜 버무려 먹는 집도 늘고 있다.
“김장하셨나요?”
해마다 이맘때면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인사다. 꼭 김장하고 안 하고를 묻는다기보다 일종의 계절 덕담이라고나 할까. 김장하고 연탄 들여놓으면 ‘월동준비 끝’이었던 게 우리네 겨우살이였다. 김장의 기본 메뉴인 김치는 무, 배추, 갓, 열무 등 다양한 채소를 소금에 절인 후 고추와 파, 마늘, 생강, 젓갈 등의 양념을 섞어 저온에서 발효시켜 먹는 음식이다.
채소는 예로부터 보존이 어려운 식품 중 하나였다. 말리면 영양가가 줄어들고 맛도 없어져 먹기에 불편했다. 그래서 궁리 끝에 채소를 소금에 절여 놓으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게다가 소금 외에도 취향에 따라 갖가지 향신료를 함께 섞어 새로운 맛과 향을 내기도 한다.
소금물에 절이고 발효시켜 보관성을 높인 채소를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내어 먹는 음식. 맵고 짠 김치 외에도 다양한 김치가 존재한다. 무를 절여서 만든 총각김치나 깍두기도 있고 오이로 만든 오이소박이, 심지어 브로콜리로도 김치를 만든다. 한 번 절인 채소를 다시 양념한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채소절임(피클)과는 다른 독자적인 차별성을 갖는다.
미국의 건강 연구지 ‘헬스(Health)’는 2008년 3월에 게재한 기사에서 스페인 올리브유, 그리스 요구르트, 인도 렌틸콩, 일본의 낫토(納豆)와 함께 한국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 2013년 12월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김장 문화(Kimjang)’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흔히 이탈리아는 피자, 인도의 카레가 떠오르듯이 한국은 김치를 떠올린다. 김치는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각인됐다. 한때 중국과 김치로 인해 통상 문제가 있었다. 대장균군이 수천∼수만 마리 검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장균군도 발효되면서 생기는 김치 유산균 때문에 모두 사라진다는 사실이 실험 결과 확인됐다.
결국 중국 정부는 절임 채소의 대장균 기준을 국제식품규격(CODEX)에 맞춰 변경하면서 한국 김치의 중국 수출의 문이 다시 열렸다. 일본에서는 아예 한국산 배추와 ‘김치 아줌마’들을 도쿄에 공수해 현지에서 버무려 담근 한국 김치를 공급하기도 했다.
한국인의 식탁에는 한 가지 이상의 김치가 꼭 올라올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김치는 한국인 외에도 세계인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발효과학을 통해 완벽한 건강식품으로 공인된 김치는, 고른 영양성분이 세계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보도에 따르면 주부의 절반 이상이 “올해는 직접 김장할 계획이 없다”는 식품업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6.2%는 '김장 안 한다'고 답했고, '김장한다'는 응답자는 43.8%였다. 김장 안 한다는 응답이 지난해보다 1.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김장이 번거롭다거나 아예 할 줄을 몰라 두 배쯤 비싼 값을 지불하고 절인 배추를 배달시켜 버무려 먹는 집도 늘고 있다.
가장 큰 부담으로 김장재료 구매 비용이 많이 든다(44.4%)는 점을 들었다. 힘들어 못 하겠다는 응답자가 29.2%, 김장에 자신이 없다(18%)도 있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가구 13.7%는 김치를 사서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젊은 부부 층은 부모가 해준 김장을 받아먹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딸과 며느리가 김장 도와드린다며 손자들 몰고 와 거들기는커녕 야단법석만 피우다가 담근 김치를 잔뜩 싸 들고 간다.
김장철이다. 담그긴 귀찮아도 입맛 당기는 게 김치다. 우리네 겨울 준비는 뭐니 뭐니 해도 김장. “한국인은 김치의 매운맛으로 코로나도 이겨낸다”며 세계인이 놀라워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