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 온 ‘언택트 시대’의 당면 문제는
고령층의 소외감과 일자리이다. 첨단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여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 달리 고령층은 어쩔 수 없이 밀려난다.
부분적으로 기술이 인력을 대체하는 건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업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반면,
일자리가 하나둘 사라지면 근로자들은 먹고살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70년대 중반, 필자가 신문제작시스템 전산화과정(CTS · 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 연수를 간 적이 있었다. 당시 가장 첨단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던 닛케이(日本經濟) 신문의 편집국과 제작국에 상주하다시피 했는데, 그때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매우 번거롭고 비능률적임에도 낡은 구식시설(HTS · 활판)의 일부는 옛날 그대로 운영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첨단시설로 바꿀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는데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30% 정도의 나이 든 직원은 아무리 교육을 시켜도 컴퓨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그냥 납(鉛) 활자 위주의 시설을 그대로 쓴다는 것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그들에겐 고용의 문제가 최우선이었다.
코로나와 함께 온 ‘언택트 시대’의 당면 문제는 고령층의 소외감과 일자리이다. 첨단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여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 달리 고령층은 어쩔 수 없이 밀려난다. 부분적으로 기술이 인력을 대체하는 건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업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반면, 일자리가 하나둘 사라지면 근로자들은 먹고살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기, 그리고 기기와 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이다. 일상생활에 정보 기술이 깊숙이 들어오면서 모든 사물이 거미줄처럼 인간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를 말한다. 게다가 스마트폰 보급으로 개인을 둘러싼 네트워크는 훨씬 더 촘촘해졌다.
초연결사회에서 ‘언택트 마케팅(Untact marketing)’은 필연이다. 접촉(Contact)을 뜻하는 콘택트에 언(un) 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비대면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이를테면 키오스크(Kiosk)나 가상현실(VR) 쇼핑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판매 직원이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이다.
흔히 신문 가판대를 뜻하던 ‘키오스크’는 본래 옥외에 설치된 대형 천막이나 현관을 뜻하는 페르시아어에서 유래된 말. 간이 판매대나 최근 정보통신에서는 정보서비스와 업무의 무인 자동화를 위해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설치한 무인단말기이다. 햄버거집 등에서 터치스크린(Touch Screen) 방식으로 발권 · 구매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언택트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야는 유동 고객이 많은 백화점과 쇼핑몰이다. 또한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도 언택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다수 매장에서는 키오스크(안내 단말기)를 통해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다. 언택트 마케팅은 이미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해진 분위기다. 음식점은 물론 버스터미널, 지하철, 관공서, 쇼핑몰 등 유동인구가 많고 개방된 장소에 설치되어 운영되며 상품 정보 안내, 시설물 이용 안내, 장소 및 관광 정보 안내 등의 정보 제공 및 검색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언택트 마케팅의 유행 뒤에는 많은 문제점이 숨어 있다. 기술이 일손을 대체하면서 기업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일자리는 사라진다. 다음은 고령층의 소외감이 심화한다는 점. 첨단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여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 달리 고령층은 소외감을 겪게 되는 '언택트 디바이드(Untact devide)'현상이다.
언택트 마케팅도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신중히 고민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