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학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

전홍준 박사는 외과전문의이자 의학박사로 조선대 의대교수를 지냈다. 1984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자연치료 의학을 배웠고, 그후 고혈압, 당뇨, 비만, 피부병, 암 등 만성질환과 난치병을 약 없이 고치는 의사로 유명하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오늘날 환자들의 열 중 여덟아홉은

식생활과 같은 생활 습관과 라이프스타일만 바꾸면

더 약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약을 잘 써야 하겠지만,

대부분 환자에게는 건강을 돕기 위해서 참으로 해야 할 일은

약을 끊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업, 축산업, 수산업의 기본 구조는 반 생태적이고 반 자연적이다. 농업을 예로 들면 일부에서 친환경농업, 유기농업, 자연농업을 하고 있으나 아직도 주류는 화학농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학농법이란 화학비료와 제초제, 농약에 의존하는 농사법이다.

 

토양을 살리는 퇴비 대신에 화학비료를 쓰면 땅이 굳어지며 산성화되고 미생물들이 죽어 지력이 떨어지게 된다. 지력이 떨어지면 농작물에 병충해가 많아지는데, 그러면 곧바로 농약을 쓰게 된다. 농약을 써서 병충해가 잘 해결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곡식이나 채소, 과일 등을 수확할 때까지 수십 번씩이나 농약을 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패류와 축산물 생산과정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몇 년 전 구제역 바이러스 감염으로 짐승 수백만 마리를 폐사한 일이 있었다. 왜 야생동물들에는 구제역 감염이 거의 없는데 사람이 기르는 축산동물들에만 집단적으로 발병하는가? 그것은 화학사료와 반 생태적 사육 환경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먹고 있는 대부분의 식품은 이런 구조 속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이것들은 천연식품이 아니고, 마치 공장에서 만들어낸 식품과 같아서 화학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이 날마다 먹고 있는 많은 음식물은 실제로 공장에서 제조되어 먹자마자 소화, 흡수되도록 가공된 것들이다. 거기에는 수많은 식품첨가물과 보존제와 향신료, 착색제가 들어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이 먹고 있는 음식물 대부분이 화학식품이다.

 

화학비료를 쓰면 지력이 떨어지듯이 화학식품을 먹으니까 체력이 떨어진다. 요즘 아이들이 겉보기에는 예전보다 키가 크고 발육도 좋아 보이지만 면역력은 저하되어 있다. 양계장 닭처럼 살집은 있어 보여도 강인한 생명력이 부족하다. 체력과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어서 감기도 자주 걸리고,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되고, 아토피와 비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자가 아주 많다. 성인들에게도 고혈압, 당뇨 같은 대사장애, 암, 심장병, 뇌졸중, 만성 통증,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난치병의 유병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람들의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면 병이 많아진다. 병이 많으니까 약을 많이 쓰게 된다. 약을 쓰면 병이 나을까? 약을 아무리 많이 써도 병이 근본적으로 낫지 않는 이유는 농약을 아무리 많이 뿌려도 농작물의 병충해가 근절되지 않는 것과 같다. 반 생태적이고 반 자연적인 문명의 구조가 바뀌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곧 생명의 농업, 생명의 의학이 되어야 한다.

 

서양의학의 시조인 히포크라테스와 근대 의학의 시조인 파라셀수스가 가르치기를 의사란 병증만을 고치는 기술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분들이 왜 이런 이야기를 강조하였는지 나는 그동안의 임상 경험을 통해서 깊이 느끼고 있다.

 

현대 서양의학은 뛰어난 진단 기술,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는 놀라운 응급의료, 마취와 외과학의 발전, 예방의학과 공중보건 의료의 향상 등 탁월한 장점이 많다. 반면에 병의 증세만을 약물로 억압할 뿐 그 원인을 치료하지 못하는 비효율성과 치명적인 약점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의료인, 의료 소비자, 나아가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관심을 가지고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늘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의료 제도는 의료기관에 찾아오는 환자 수가 많아야 하고, 환자들에게 많은 투약과 의료 행위를 하지 않으면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따라서 이 시스템 속에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집단과 개인들은 더 많은 의료 행위와 약을 쓰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오늘날 환자들의 열 중 여덟아홉은 식생활과 같은 생활 습관과 라이프스타일만 바꾸면 더 약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약을 잘 써야 하겠지만, 대부분 환자에게는 건강을 돕기 위해서 참으로 해야 할 일은 약을 끊게 하는 것이다.

 

국가와 건강보험공단은 약을 많이 쓰지 않고도 의료기관이 잘 운영될 수 있는 좋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의 생활양식과 습관을 바꿔 병을 쉽게 고칠 수 있는 의학적 방법들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의료인들로 하여금 이러한 생활 습관 요법이나 상담 치료, 건강 교육 프로그램 등을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고 그에 합당한 의료비를 지불해 주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국가가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의료기관도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약의 소모가 줄어들게 되면 제약회사와 약국의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같은 화학약품 대신에 생리 활성화 물질, 해독과 면역 증진, 그리고 영양 개선 등 생태주의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건강 증진 제품들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등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나아가서 인간과 환경이 서로를 살리는 공생 관계의 생태주의적인 농축산업과 수산업이 주류가 되도록 국가와 사회 구성원이 함께 노력하면 농어민들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라고 본다.

 

오늘날 지구 인류의 5분의 1은 굶주림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고, 5분의 1은 과식에 의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환자의 절대다수는 과식과 관련이 있다. 나는 오랫동안 소식과 절식요법을 실천하고 환자 치료에 응용한 결과 이 방법이야말로 건강의 원천이자 최상의 치료법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적게 먹고 적게 쓰는 생태주의적인 삶이 사람들의 피를 맑게 하고 심신을 건강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지구 환경도 깨끗하게 보존해 주고 주변의 뭇 생명을 함께 살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곧 좋은 의학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좋은 의학, 좋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갈 때 이것은 다만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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