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발바닥과 물고기

필자 정영수는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고, 군대에서는 미군 통역장교를 지냈다. 중앙일보 입사 후 평생 언론인의 길을 걸었고, 중앙일보 편집부국장으로 퇴직했다. 전국 편집기자들의 모임인 한국편집기자협회장을 역임했다.

살다 보면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할 경우가 많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때부터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명쾌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에는

차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덜 중요한 것을 과감히 버리는 지혜가 중요하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낙관론도 때론 필요하다

 

 

“물고기를 내가 갖고 싶다. 곰 발바닥 역시 갖고 싶다. 그러나 이 둘을 다 가질 수 없다면, 물고기를 버리고 곰 발바닥을 취하리라. 생명도 내가 아끼는 것이요, 의리 역시 내가 아끼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동시에 취할 수 없다면 생명을 버리고 의리를 취할 것이다.”

 

‘웅장여어(熊掌與魚) 즉 '곰 발바닥과 물고기'라는 뜻으로, 두 가지를 겸할 수 없는 경우나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취사선택하기 어려운 경우를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맹자(孟子)>에서 유래되었다.

 

맹자가 말하는 물고기와 곰 발바닥은 요리를 가리킨다. 맹자는 물고기를 생명에, 곰 발바닥을 의리에 비유하면서 의리가 생명보다 더 귀하다고 여긴 것이다. 마치 곰 발바닥 요리가 물고기 요리보다 더 귀하듯이 말이다. 요컨대 맹자는 어떤 상황에서는 자기 목숨보다 의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비유를 들었다.

 

어여웅장(魚與熊掌)이라고도 한다. 맹자는 "나는 생선도 먹고 싶고 곰 발바닥도 먹고 싶지만, 둘 다 먹을 수 없을 때는 생선을 버리고 곰 발바닥을 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살고 싶고 의로움도 행하고 싶지만, 둘 다 겸할 수 없을 때는 삶을 버리고 의로움을 취할 것이다"라고 말한 가르침에서 유래한다. 이 고사(故事)는 맹자의 〈고자장구(告子章句)〉에 실려 있다.

 

맹자의 이 논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물고기와 곰 발바닥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없으니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변질되었다. 물고기 요리와 곰 발바닥 요리는 모두 귀한 요리니 다 먹을 수 없다. 그러니 하나만 고르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문맥을 잘 살펴보면 맹자는 결코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없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둘을 다 가질 수 없다면’이라는 가정을 했을 뿐이다.

 

맹자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의리가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물고기와 곰 발바닥이란 비유를 들었지만, 거기에서 우리는 얻는 것과 주는 것, 취하는 것과 버리는 것이 서로 모순되고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를 선택했다고 해서 하나를 버린 것은 결코 아니다. 인간에게는 곰 발바닥 요리와 물고기 요리 모두를 취할 수 있는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할 경우가 많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때부터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명쾌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에는 차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덜 중요한 것을 과감히 버리는 지혜가 중요하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낙관론도 때론 필요할 터이다.

 

 

  A.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B. 쉽고 편하게 돈 버는 일.

  A. 물고기와 곰발바닥 둘 다?

  B. 그저 희망 사항일 뿐이지.

 

13억 인구를 거느린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 주석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어화웅장불가겸득(鱼和熊掌不可兼得)’ 즉 ‘물고기와 곰 발바닥은 함께 얻을 수 없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권력과 금력을 다 갖고자 하는 공직자들을 경계하는 말이다. 거꾸로 금력을 가지고 권력을 탐하는 자를 경계하는 말이기도 하다.

 

맹자는 “마음을 감독하는 것이 생각이다. 따라서 생각하면 얻을 수 있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고 했다. 하나를 선택했다고 해서 반드시 하나를 버리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곰곰 생각하면 얻을 일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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