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필자 정영수는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고, 군대에서는 미군 통역장교를 지냈다. 중앙일보 입사 후 평생 언론인의 길을 걸었고, 중앙일보 편집부국장으로 퇴직했다. 전국 편집기자들의 모임인 한국편집기자협회장을 역임했다.

  Tara, Home!

  I’ll go back home!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내 고향, 타라로 가자

  결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

 

남북전쟁 이야기를 듣고 자란 미국의 여류작가 마거릿 미첼(Margaret Mitchell)은 1936년 불후의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를 펴낸다. 그녀의 나이 36살 나던 해이다. 25세의 무명작가가 10여 년에 걸쳐 쓴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미국에서만 150만 부가 팔린 당시 초 베스트셀러다. 역사소설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한때 이 소설은 미국인에게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던 이유는, 영화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타라(Tara)’역을 멋지게 해낸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Scarlett O’Hara)의 덕도 많이 봤다.

 

이 작품은 1939년 영화로 제작되어 작품, 감독, 여우주연상 등 아카데미 9개 부문의 상을 휩쓸면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그 당시에도 한국어 번역판이 나오긴 했지만, 소설의 분량이 1천 페이지를 넘어 웬만한 독서광이 아니고서는 읽을 엄두를 못 냈다. 때마침 영화가 들어와 천만다행이었다.

 

당대 인기 최고의 배우 클라크 게이블(Clark Gable)과 비비안 리(Vivien Leigh)가 열연한 이 영화의 러닝 타임은 자그마치 4시간을 육박하는 221분. 소설만큼이나 영화도 인내를 가지고 봐야 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940년 12회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최초의 컬러 영화 작품이다. 221분이라는 러닝 타임은 1962년 222분짜리 <아라비아로렌스>가 고작 1분 차이로 깬 진기록을 남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 포스터.

 

마가렛 미첼은 남북전쟁 때의 격전지였던 조지아주 애틀랜타(Atlanta)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 어른들한테서 들은 전쟁의 일화와, 오랜 시일 그녀가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쓴 이 1,037페이지짜리 대작은 남에게 지기를 싫어하는 성격의 남부여인 스칼렛 오하라가 겪는 애증의 파노라마가 볼거리이다.

 

“이제 다시는 굶주리지 않을 거야.”

( I’ll never be hungry again.)

 

스칼렛은 야성적이면서 도시적이다. 게다가 농촌에 대한 애정도 가지고 있으며, 근면한 생활 태도를 보여주면서도 물질적 쾌락을 목표로 삼는 이중구조의 모습을 보여준다. 때로는 충동과 허영에도 빠지고 질투심도 강하지만, 그 중심에 토지에 대한 굳센 집착을 보여주는 아일랜드계의 미국 여성이다.

 

전쟁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진’ 건 문명(Civilization)과 내일의 희망이었다. 이 영화는 1957년 한국에서 처음 상영되었는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Tomorrow is another day)”가 멋진 번역으로 손꼽힌다. 혹시 일본속담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明日は明日の風邪が吹)”에서 차용한 것은 아닌지. 그땐 일본에서 번역한 그대로 제목까지 수입하던 시절이다.

 

요즘 사회적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추석 연휴 대규모 인구이동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될 가능성이 큰 만큼 귀향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오죽해야 “성묘나 봉안 시설 방문도 자제하고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고 권고하고 있을까.

 

파우치(Fauci) 미국 전염병연구소장은 최근 “올해 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나온다 해도 내년 중반 이후에나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요컨대 어느 절망적 상황에서도 내일을 기약하며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굳은 의지만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현실에도 강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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