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견디지 못해 서로 몸을 기대 온기를 나누려 한 고슴도치는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의 가시에 찔리고,
그렇다고 떨어져 있으면 추워지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처럼 가까이 다가갈 수도 그렇다고 떨어질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을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라고 이름 붙였다.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들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달라붙어 한 덩어리가 된다. 그러나 그들은 곧 자신들의 가시가 동료들을 서로 찌르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너무나 아파 곧 흩어지지만, 추위를 견딜 수 없어 다시 모여든다. 가시가 서로를 찌르면 금방 흩어졌다가 또 모이고 흩어지고를 반복하다 마침내 그들은 상대방의 가시에 찔리지 않을 적당한 거리를 알아낸 것이다.
추위를 견디지 못해 서로 몸을 기대 온기를 나누려 한 고슴도치는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의 가시에 찔리고, 그렇다고 떨어져 있으면 추워지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처럼 가까이 다가갈 수도 그렇다고 떨어질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을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라고 이름 붙였다.
고슴도치들은 결국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거리(Optimum distance)’를 찾아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많은 피를 흘리고 고통을 참아냈을 터이다. 이처럼 자신의 가시가 상대에게 상처를 내고, 상대의 가시로 인해 내가 상처 입는 것이 무서워 다른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자기를 감추고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살기 때문에 상처를 입히지도 입지도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냥 떨어져 사는 게 편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공존(共存)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언제부터인가 ‘공존지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존지수(Network Quotient・NQ), 즉 네트워크 지수는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운영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한 수평적 네트워크 사회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공존지수가 높을수록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쉽고, 소통으로 얻은 것을 자원으로 삼아 더 성공하기 쉽다는 개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존지수는 내가 속한 집단은 잘 되고 다른 집단은 소외시킨다는 ‘패거리’ 개념이 아니라 서로 잘 살도록 도와야 한다는 이타적 개념에 가깝다.
1972년 당시 통치자였던 왕축(Wangchuck) 전 부탄 국왕은 국민들이 물질적 풍요와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는 국가에서 살 수 있는 경제를 국정 목표로 설정했다. 그는 이러한 후생 지표를 ‘국민 총 행복’이라고 명명하고, 부탄왕국은 오로지 국민총생산에서 벗어나 국민 행복을 추구할 것을 역설했다. 실제로 왕축 국왕은 "국민총행복지수가 국내총생산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전 세계에 번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줄이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람들이 서로 만났을 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에서 사람들이 접촉하는 물리적 기회를 줄여보자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의 사회학적인 의미는 사회 안의 집단 구성원이나 집단 간에 존재하는 정서적·문화적 거리를 의미하지만, 집단 구성원 사이의 물리적 거리로 그 의미가 한정된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去者日疎 ·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속담도 있거니와,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공존지수가 유지해야 그 인맥 지수가 행복 지수로 연결되지 않을까.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공존지수가 유지해야 그 인맥지수가 행복지수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북풍한설 몰아치는 얼어붙은 동토에 버려진 한 마리의 가시 돋친 고슴도치가 되어 버렸다”는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의 말이 새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메아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