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의 역사적 인물 ‘백사 이항복 기념관' 개관식이 지난 7일 가산면 금현리에서 열렸다. 이항복 선생의 삶과 업적을 기리고자 마련된 이날 개관식에는 백영현 시장을 비롯해 경주이씨 중앙화수회 이현우 회장과 이종찬 광복회장 등 내빈이 대거 참석해 축하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날 개관식에 참석한 포천나눔의집 장애인자립센터 소속 장애인 활동가가 휠체어를 타고 이 기념관을 직접 둘러본 결과, "이동 약자에 대한 기초적인 배려조차 없는 기념관으로 심각한 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장애인은 아예 배제한 채 만들어진 시설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들어보면, 먼저 이동 약자를 위한 접근 경로가 거의 없고, 기념관으로 이어지는 유도 길은 곳곳에 턱이 있어 인도를 이용할 수 없었고 차 도로만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동 약자들이 큰 위험에 노출되게 할 뿐 아니라, 차량과 보행자의 흐름을 방해하는 문제를 일으켰다. 이처럼 간단한 접근 경로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은 공공시설로서 장애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었다는 의미한다.
기념관 내부는 더욱 큰 문제였다. 이동 약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단 한 군데도 마련되지 않아 전시실 내부를 둘러볼 수 없었다. 장애인 주차장 역시 겨우 하나가 배치되어 있을 뿐이다. 시설 전체에서 이동 약자 접근성에 대한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기념관의 옆문도 장애인에 대해 배려가 전혀 없었다. 옆문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물길을 건너야 했다. 이를 위한 안전판이나 경사로가 전혀 준비되지 않아 이동 약자는 접근할 수 없었다. 문이 있음에도 물길에 가로막혀 있어 건너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기념관 옆에 위치한 생가와 묘지로 향하는 길에도 턱이 높아 접근할 수 없었다. 이는 이동 약자 관람객의 존엄성과 권리를 철저히 외면한 채 조성된 것이다.
포천나눔의집 장애인자립센터 관계자는 "현재의 백사 이항복 기념관은 이동 약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이동권과 접근성 보장조차 외면한 채 개관식을 강행했다. 이는 공공시설로서 기본을 저버린 행위다"며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내부 공간뿐만 아니라 주요 시설 전반에서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이 결여되어 있어, 즉각적인 재검토와 시설 전반의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