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올드 랭 사인'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오늘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포천좋은신문 독자 한 분 한 분께 '송구영신'과 '근하신년'이 정성껏 쓰여진 연하장을 보내고 싶다. '올드 랭 사인' 음악이 흐르는 따뜻한 난롯가에 앉아서 독자 여러분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따뜻한 인사를 전한다.

 

2025년 새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인터넷과 SNS가 없던 예전에는 지인들에게 새해를 축하하는 방법으로 주로 연하장을 주고받았다. 이 연하장에 등장하는 단골 문구가 '송구영신'이나 '근하신년'이었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은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는다는 의미다. 한자로는 '보낼 송(送), 옛 구(舊), 맞을 영(迎), 새 신(新)'으로 구성돼 있다. 원래 송고영신(送故迎新)이란 말에서 유래했는데, 이 말은 중국 관가에서 구관을 보내고 신관을 맞이하는 '신구관 이취임식'에서 사용했던 말이다. 옛 관리를 보내고 새 관리를 맞이한다는 말이 이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줄여서 '송영'(送迎)으로 쓰기도 한다. 

 

근하신년(謹賀新年)은 '삼갈 근(謹), 하례할 하(賀), 새 신(新), 해 년(年)' 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풀어 보면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삼가'라는 의미가 있는 근(謹) 자는 '겸손한 마음과 정중한 태도'를 뜻하는데, 이 풀이대로면 근하신년은 '정중하게 새해를 축하한다'는 의미를 지닌 새해 인사다.  

 

푸른 용의 해였던 갑진년이 지나면 새해는 뱀의 해인 을사년이다. 을사년은 60간지 가운데 42번째 해인데, '을'은 청(靑)이란 뜻이 있으므로 파란 뱀의 해에 속한다. 뱀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결정짓는 능력을 지닌 지혜로운 동물로 알려져 있고, 푸른색은 건강과 안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2025년 을사년 새해는 마음의 평화와 깊은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말이 되고 새해가 가까워지면 각종 모임이 많아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회식 자리가 자주 생긴다. 요즘 회식 자리에서는 건배하는 일이 잦다. 건배는 지나간 한 해의 수고를 잔을 부딪치며 서로를 위로하고, 오는 새해를 함께 기쁘게 맞이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동양에서의 건배(乾杯)는 '잔(杯)을 깨끗이 비운(乾)다'는 중국 풍습에서 비롯됐다. 중국 사람들과 술을 마실 때면 한 번에 잔을 들어 원샷으로 들이킨 뒤 그 잔을 거꾸로 들어 머리 위로 흔드는 습관이 있다. 술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비웠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표현이다.

 

중국에서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지체 높은 기업가나 관리들이 손님을 대접할 때면 옆에 자기 대신 술을 마시는 사람을 대동하기도 한다. 우리말로 술상무인 셈인데 그곳에서는 그렇게 해야 예의를 지키는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서양에서는 한 병에 담긴 술을 따라서 동시에 마심으로써 독이 없음을 알리고자 하는 데서 건배가 유래됐다. 

 

스코틀랜드에는 전통 술잔인 러빙컵(Loving cup)이 있다. 이 잔에는 양옆으로 손잡이가 두 개가 달려있다. 한 손으로는 건배하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는 숨겨둔 칼을 꺼내 찌를 수 없도록 두 손으로 잔을 잡게 만든 것이다. 술을 마실 때만은 서로 무장해제를 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술 한 번 마시면서 별걸 다 생각해야 하는 그들의 관습이 너무 번거롭다. 우리 같으면 그런 자리에 가서 왜 술을 마시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18세기에 활동했던 스코틀랜드의 국민시인으로 로버트 번즈가 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천재 시인 번즈가 쓴 노래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라는 노래는 연말에 자주 들을 수 있는 노래다. 스코틀랜드 말 ‘올드 랭 사인’은 영어로는 ‘지나간 세월'(Old Long Since)을 뜻한다. 세밑에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이 노래는 우리와도 인연이 깊다. 특히 우리나라 애국가가 정해지기 전에 이 노래에 가사를 붙여 한동안 국가처럼 불렀으니, 우리에겐 각별한 노래다.

 

요즘 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란이다', '탄핵이다' 하면서 하루 종일 TV를 장식하는 뉴스도 이제 더 이상 보기가 싫다. 지금까지 살면서 올해처럼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해도 드물었던 것 같다.

 

세모를 코앞에 앞둔 오늘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포천좋은신문 독자 한 분 한 분께 '송구영신'과 '근하신년'이 정성껏 쓰여진 연하장을 보내고 싶다. 로버트 번즈의 '올드 랭 사인' 음악이 흐르는 따뜻한 난롯가에 편안하게 앉아서 "포천좋은신문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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