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지칭하는 말 중에 인간(人間)이라는 말이 있다. 억지로 번역하면 '사람 사이의 거리' 또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등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그 존재 의의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용어가 될 수 있다.
인간(人間)이라는 이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사회적 본성을 정확히 꿰뚫은 통찰력이 어마어마하다.
기자는 이 인간(人間)이라는 말에서 '거리'에 대해 주목해 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허용하는 거리가 있다. 관계의 친소에 따라 거리를 멀리 설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좀 더 가까운 거리를 이루기 원하는 사람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든 아는 사람이든 다른 사람과 관계를 성립시킬 때, 사회적으로 보편적으로 공통되는 최대공약수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예의(禮義)라고 부른다. 즉 다른 사람과의 관계의 기본은 예의(禮義)인 것이다. 영어로는 'manner'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얼마 정도의 거리를 둘 것인지를 합의해 둔 것이 예의(禮義)인 것이다.
최근, 단골로 가는 식당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던 중, 한 종업원에게 내가 반말로 소통하는 것을 보고 딸들이 깜짝 놀라 이렇게 물었다. "아빠, 저 알바생이랑 친해요?" 딸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애비가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반말을 사용하는 것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식당은 동료들과 아주 자주 가던 단골집이고, 사장님과는 형님, 아우하며 지내고, 그 젊은 종업원은 그 식당에서 3~4년 정도 일한 친구인데, 처음 일을 배우던 시절부터 똘똘하고 성실해서 칭찬도 많이 해 주던 친구였다. 당연히 반말도 튼 사이이다.
아마, 그 친구 입장에서는 내가 그에게 존댓말을 쓰게 되면, 오히려 자신이 내게 무슨 실수라도 한 것이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즉 예의(禮義)라는 것은 사람 사이의 거리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이 거리를 분별 할 수 없는 상황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때가 전화 통화이다. 상대방이 보이지 않으니, 상대방과의 거리가 적절한 거리인지, 부적절한 거리인지 가늠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전화 통화'에서는 예의(禮義)가 사람을 앞에 두고, 대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최근 기자가 겪은 상황에 비추어 보면, 통화를 끝낼때의 예의(禮義)가 좀 아쉬운 상황이 많다.
나 보다 나이가 많이 젊은 사람과 통화를 하거나, 공무원들과 민원 또는 취재 관련 통화 등을 할 때, 용건이 끝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려 당황한 경험이 있다.
잠깐 5초 정도의 여유를 두어서 상대방이 먼저 전화를 끊게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일까? 정 바쁘면 "용건이 끝났으니, 제가 먼저 끊어도 될까요?"라는 말을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