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을 때, 압도적으로 '대통령'이 많이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기자가 기억하기로 아마도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때였을 걸로 기억한다. 요즘 방식으로 여론 조사를 하면 국정 긍정 평가가 최소한 60%는 나오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기자와 그 동년배에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의미가 있던 시절에는 '과학자'가 상당히 많았던 기억이 있다. 마징가 제트와 로보트 태권브이를 보며 자라던 세대이기에 이런 거대 기갑 전사가 등장하는 만화 영화에서 '박사'님들의 역할인 '과학자'는 매력있는 장래 희망이었다.
그리고 세대가 흘러 '의사'가 장래 희망 1위인 시절이 상당히 오래 되었다. 아마 지금도 장래 희망 1위는 '의사'일 것으로 추측한다. 장래 희망 1위가 '의사'가 처음 되었을 시절, 청소년들에게 왜 '의사'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던 텔레비젼 뉴스의 인터뷰 장면이 기억난다. 그러면 거의 모든 청소년이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식의 답변들을 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 MZ세대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면 여전히 '의사'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돈을 많이 벌어서 '건물주'가 되기 위해서라고 한다. 최근의 장래 희망 2위가 '건물주'인 것을 보면 결국 장래 희망 1위는 '건물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심지어 '조물주 위에 건물주 있다'는 말이 당연한 말처럼 여겨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건물주'가 되어서 '월세'를 받아 생활을 하는 것이 '갑질' 등을 당하지 않고, '워라벨'이 좋은 안정된 삶이라는 인식이 젊은 세대에게도 퍼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오랫동안 알고 있던 한 형님에게서 늦은 밤 시간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그 형님은 전화를 받자마자 약간은 술취한 음성으로 다짜고짜 "건물주들이 너무한다"고 울먹이셨다.
그 형님은 젊은 시절 환경과 건설 쪽 일을 하시다가, 최근 몇년 전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획득하셔서 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분이시다.
그 형님의 하소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건물주들이 너무하다. 세입자들이 계약 기간이 끝나서 이사를 위해 전세금 또는 보증금을 빼달라고 하는데, 줄 돈이 없으니 본인들이 빼 가라고 한다. 그들이 건물이 한 두채 있는 것도 아니고 재산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 한다. 젊은 사람들에게 그 전세금은 전 재산과도 같다. 만약 후속 전세 세입자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이사를 하지 못하면 이사 가려고 계약한 집의 계약금을 날리게 된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후속 세입자가 잘 나오지 않으면 본인이 대출을 받아서라도 내줄 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일을 겪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은데 도와 줄 방법이 없다. 그 돈을 받는 방법은 민사소송 밖에 없으니, 이 젊은 친구들을 도와줄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님! 어러시면 안됩니다!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