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심리학에서 배우는 지혜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전 KBS프로듀서/아나운서

 

인생사는 호사다마이자 새옹지마이니 현재 만사형통이더라도 끝까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미리 축배를 들거나 성공했다고 경망을 떨어서는 안 된다. 일이 잘 안 풀린다면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나쁜 일에 나쁜 일이 계속 겹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의 암울한 심경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일 오전 중요한 면접이 있는데 자료 준비가 잘되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다. 잠자리에 드니 불안하여 잠이 오질 않는다. 뒤척이다 늦잠을 잤다. 아침도 거르다시피 하고 허둥지둥 차를 몰고 거리에 나가니 길이 꽉 막혀 차들이 모두 게걸음이다. 그런데 내가 속한 차선은 유독 정체가 심해 더 밀린다. 미칠 노릇이다. 겨우 지각은 겨우 면했으나 좋은 면접을 보지 못했다.

 

시험 등 중요한 일을 최상의 조건 속에서 치루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재수가 없고 불운하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그런데 이러한 경험칙은 고금동서 막론하고 비슷한 듯싶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를 일컫는 속담이나 관용구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순우리말 속담으로는 '엎친 데 덮친 격', '갈수록 태산' 등이 이와 유사한 경우를 표현한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은 '눈 (내린 데) 위에 서리'라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나쁜 일에 나쁜 일이 겹침을 가리킨다. 심리학적 용어로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바라는 방향에서 벗어나 우연히도 나쁜 쪽으로만 일이 진행될 때 흔히 쓰는 일종의 경험법칙을 이르는 말이다.

 

즉, 세상일은 대부분 안 좋은 쪽으로 일어나는 경향, 예를 들면 버터를 바른 면이 항상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거나 하필 내가 선 줄이 가장 늦게 줄어든다거나 하는 것이다. 안질 즉 눈병이 걸렸는데 고춧가루를 뿌리는 격이요, 자빠졌는데 코가 깨지는 격이다.

 

그런데 곰곰 실증적으로 생각하면 중요한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겹쳐 일어나는 것은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일의 결과가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요한 일을 진행할 때는 초조하거나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말고, 심지어는 주위 사람은 물론 ‘컴퓨터도 눈치채지 못하게(?)’, ‘꼼꼼하고 의연하게 묵묵히 대처하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내가 가는 차선이 느리다고 생각되는 것은 심리적으로 그렇게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설상가상, 어려운 상황이 계속 닥쳐와 암울하게 느껴질 때는 늘 ‘진인사대천명(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서 하늘의 뜻을 기다림)’이라는 한자 성어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지라도 희망의 끈을 끝까지 갖고 소신 있게 행동하며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고 외치던 어느 정치인을 본받아 죽을 힘을 다해 이겨내야 할 것이다.

 

경험칙 하나 더, 암울하고 불운한 상황이라도 ‘시작이 있었으니 꼭 끝이 있다’라는 진실을 믿으시라는 것이다.

 

‘샐리의 법칙’이 계속되니 내 인생은 운칠기삼(運七技三)?

이와는 반대의 경우로 일이 모두 술술 잘 풀려 슬며시 겁나기까지 한다. 기분상 운칠기삼(運七技三 : 운이 칠 할이고 재주나 노력이 삼 할이다. )으로 계속 나갈 듯하다. 예상하지 않은 행운이 줄줄이 이어지거나, 원하는 대로 일이 성사되는 경험이 있나요? 유리한 일이 계속 생기고, 설사 나쁜 일이 있더라도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니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다.

 

맑은 날 우연히 우산을 들고나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든지, 시험 직전에 펼쳐본 책 내용이 시험 문제로 나온다든지 하는 경우 등의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라이너(Rob Reiner) 감독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의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샐리의 법칙’이 이런 경험칙을 표현하는 심리학적 용어이다. 이런 경우라도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첫째,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나쁜 일이 생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본인의 의지마저 꺾는 것보다 샐리의 법칙을 염두에 둔 채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행운이 일어날 것을 믿으면 행운이 내 것이 될 수 있다.

 

평상시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바랐던 일이 시간이 지나서 이루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있다. ‘줄리의 법칙’이 그렇다. 그리고 무언가를 간절히 기대하면 그 기대는 반드시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온 ‘피그말리온 효과’도 이와 유사하다. 그런데 이 심리적 현상들, 즉 자기가 예언하고 바라는 것이 실제 현실에서 충족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인 ‘자기실현적 예언’은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 꾸중 한마디가 아이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 그래서《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베스트셀러가 있다. 그러나 꾸중은 아인슈타인도 학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는 점 또한 유념해야 한다.

 

둘째, 어리석게도 자신의 행운이 영원하리라 생각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좋지 않은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 대비’는 물론이고, 경솔하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잘못하면 가까운 미래에 ‘쪽박’을 찰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연속되는 행운은 일생에 두 번 다시 없는 게 대부분이다.

 

인생사 ‘호사다마’요, ‘새옹지마’입니다

‘호사다마’는 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는 뜻으로, 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이 따른다거나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풍파를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옛날부터 '좋은 일에는 마가 끼기 쉽다'고 사람들이 느껴 왔기 때문에 이 말이 자주 사용되었다. 뜻을 의역해서 다시 새기자면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무턱대고 좋아하거나 너무 들뜨지 말고 경계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한편 복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될 수도 있으니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눈앞에 벌어지는 결과만을 가지고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는 의미의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일제 시 우리의 비참한 삶을 잘 그린 현진건의 근대소설〈운수 좋은 날〉의 일부 내용이 딱 그런 내용이다.

 

인력거꾼 주인공 ‘치삼’은 손님이 많아 돈을 잘 벌게 된 운수 좋은 어느 날, 불안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 술을 한잔 마시고 부인이 좋아하는 설렁탕을 사서 들고 집에 가보니 아픈 부인이 죽어 있는 게 아닌가? 새옹지마의 상황이다.

 

‘호사다마’라는 말이‘좋은 일이 계속 일어난다 해도 방심하지 말라’는 경계의 의미로 '세상일은 복이 될지 화가 될지 알 수 없다'라는 뜻을 가진‘새옹지마’라는 말과 함께 우리 생활 속에서 널리 쓰이는 걸 보면 그런 일이 실제로 많이 일어난 듯싶다.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행운이나 좋은 일이란 놈의 옆에는 보이지 않는 불행과 나쁜 놈이 함께 어깨동무하고 오는 수가 많으니 아주 경계해야 한다. 반면에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 너무 슬퍼하고 비탄해 할 일만은 아니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는데......

고장이 나서 멈춰 있는 아날로그 시계는 하루에 두 번은 반드시 맞는 시각을 표시하게 된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라는 말은 항상 틀린 말만 하던 사람이 웬일로 옳은 말을 했을 때 쓰는 비유적 표현이다.

 

다시 말해 그 옳은 말조차 그냥 아무 말이나 내뱉었는데 우연히 맞은 것뿐이라는 의미이다. 사실은 어쩌다 하루 두 번 맞는 것보다는 24시간 내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조금씩 틀리는 시계가 더 유용할 수도 있다. 이 말은 주식시장 등에서 항상 맞지 않은 엉터리 예측을 하는 자칭 주식 전문가 등을 빗대어 이르는 어구로 쓰이곤 했다.

 

그러다가 소신 없이 남의 말에 따르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여 이리저리 휘둘려 실패만 하는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말로 발전하여 사용되었다. 그래서 소신없이 그렇게 행위를 하지 말고 오히려 ‘시운, 운세’에 따르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까지 쓰이게 되었다.

 

이 어구에서 배우는 지혜는 소신 없이 이리저리 움직여 실패하는 행위보다는 소신 있고 지조 있게 하는 행위가 좋고, 그도 저도 아니면 함부로 행위를 하지 말고 인내하며 꿋꿋이 한 자리를 지키면 성공할 순간이 반드시 온다는 의미를 시사하는 듯싶다. 정당 등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결국은 실패하는 소위 정치 철새 등이 유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만사형통’이요,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다?

일이 모두 술술 잘 풀리고, 문제 없이 진행되니 아무 걱정이 없다. 살다 보면 어렵게 생각했던 일들이 예상보다 탄탄대로인 경우가 있다. 내일이면 모든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되어 있다. 성공이 눈앞에 오니 축배의 샴페인을 미리 들고 싶다. 그런데 안심은 금물이다. 느닷없이 문제가 생긴다. 컴퓨터 등에 문제가 생기거나 교통사고가 나거나 하는 사소한 실수로 대형 사고가 생겨 일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있다.

 

경험칙 하나, 대형 프로젝트, 일생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일에 있어 위기의 순간 없이 일이 끝까지 잘 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 지금까지 만사형통 문제가 없다고 하면, 지금부터가 문제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행위하고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미리 축배의 샴페인을 들거나 성공을 함부로 말하는 등 경망을 떨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시샘하고 있다는 사실, ‘다 된 죽에 코 빠졌다’라는 우리 속담을 명심해야 한다.

 

 

 

서재원 교수

. 창수초등학교, 포천중, 포천일고, 서울대 졸업

. 한국방송 KBS 편성국장, 편성센터장(편성책임자)

. 차의과학대학교 교양교육원장, 부총장

. 포천중.일고 총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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