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빚은 손세화 의장,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먼저다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포천시의회가 시끄럽다. 포천의 지역 언론들은 지난주 시의장의 ‘공문서 파기’에 대한 기사를 연일 보도했다. 시의회 사상 처음인 전대미문의 사건이었고,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지난 7월 시의장이 된 그는 취임 첫 일성으로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이 공무원 면전에서 결재서류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막장 드라마나 구태정치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 아닌가. 전국 최연소 여성 시의장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주인공, 그는 손세화 시의장이다.

 

후반기 포천시의회는 출범 전 의장단 구성으로 진통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의장단을 구성했지만, 그 후유증은 컸다. 또 구성 과정에서 의원들은 서로 갈등했고 반목했다. 내상도 컸다. 민주당 시의원 2명은 당론을 어겼다는 이유로 제명까지 당했다. 상처는 곪아 터졌지만 억지 춘향 격으로 임시 봉합됐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삐꺽거리는 파열음은 계속됐다. 시의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

 

그 시한폭탄 도화선에 다시 불이 붙었다. 불을 지핀 사람은 다름 아닌 손 의장이었다. 지난주부터 언론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는 '공문서 파기' 사건.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의회 직원도, 동료 시의원도, 공무원들도, 시민들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은 이제 한 의원의 일탈을 넘어 인성 문제와 불신임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시의회는 후반기에 좀 더 나은 의정활동을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경상도와 전라도 등 다른 지방자치제 6개 도시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사전에 원탁회의를 열고 의원들이 모여 이견을 조율했다. 이 벤치마킹에 참여할 시의원과 의회 직원들도 정해졌다. 결재 공문서에는 담당 공무원, 의회과장, 운영위원장과 부의장, 그리고 시의장 본인의 서명도 있었다. 손 의장이 결재서류에 서명한 것은 13일 오전이었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손 의장은 입장을 바꿨다. 의회 직원에게 오전에 서명한 결재서류를 다시 가지고 오라고 했다. 숙소 예약이 이미 끝났다는 말에 자신의 의견도 듣지 않고, 그것도 결재가 끝나기도 전에 숙소 등을 예약한 것은 시의장을 무시한 행동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리고 공무원 앞에서 여러 사람이 결재한 서류를 찢어버렸다.

 

손 의장은 굳이 공문서를 찢지 않고도 얼마든지 벤치마킹 행사를 취소할 수 있었다. 다시 창궐하는 코로나를 이유로 행사를 보류하라고 지시할 수 있었다. 숙소 예약 등 의장이 직접 챙기지 않아도 될 사소한 일로 동료의원과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없었다. 결제를 마친 공문서를 찢은 행위는 그곳에 사인한 모든 사람들을 무시한 행위와 다름없다.

 

사람은 항상 완벽할 수 없고,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손 의장은 결재 서류를 찢은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뒤늦게라도 솔직하게 사과하면 된다. 그런데 손 의장은 그러지 않았다.

 

사건의 본질은 ‘시의장이 결재 서류를 찢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손 의장은 이 일이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자 “그 자리에는 나하고 공무원 두 사람뿐이었는데, 이 이야기가 어떻게 밖으로 나갔나?”, “시의장의 결재가 나기도 전에 마음대로 숙소를 결정한 것은 시의장을 무시한 것 아닌가”라는 등 사건의 본질이 아닌 곁가지 일만 밝히려고 했고, 사과 대신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했다.

 

대부분의 동료 시의원들도 손 의장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부끄럽고 창피하다”, “개인의 인성 문제다”라는 말로 손 의장의 일탈 행동을 비판했다. 더구나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직원들과 동료 시의원들에게 돌리는 것은 더욱 큰 잘못이라며 “앞으로 1년 반 이상 남은 시의회를 어떻게 함께 보낼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손세화 의장은 지금 사면초가다. 무소속이 되면서 민주당 의원과는 벽을 쌓고 지낸 지 오래됐고, 이번 일로 그동안 '적과의 동침' 격으로 오월동주 했던 국민의힘 의원과도 커다란 앙금이 생겼다. 거기에 의회 직원들의 눈길도 곱지만은 않다. 몇몇 동료 의원들이 손 의장에게 이번 일에 대해서 포천시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권했지만, 아직까지 그는 요지부동이다. 

 

손 의장이 하반기 시의회의 수장으로서 그 책무를 무사히 마치려면 동료 의원들과 의회 직원들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하반기 시의회의 난항은 불보 듯 뻔하다. 손 의장은 하루라도 빨리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시간을 끌고 어영부영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른 시일 내에 시민들과 포천시의회에 진심 어린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한다.

 

 

 

저작권자 ©포천좋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포천좋은신문 | 주소 : 경기 포천시 포천로 1618, 2층(신읍동) 발행인 : 김승태 | 편집인 : 김승태 | 전화번호 : 010-3750-0077 | 등록번호 : 경기,아52593 | 등록일 : 2020.07.02 저작권자 ©포천좋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