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희망
복권을 사면서
희망을 걸고
추첨을 보면서
실망을 한다
다음엔 되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
세월도
내 편이 아님을
또 다시 절감하면서
그래도
남는 미련 버리지 못해
질긴 목숨 간수하듯
꼬깃꼬깃 희망을 접어
남 볼세라 부끄러워
보이지 않게
호주머니 한 구석에 쑤셔 넣는다
숨바꼭질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숨바꼭질을 합니다
돈을 찾아서 헤매고
명예를 찾아 또 헤매죠
그 중에 제일 강한 것은
사랑을 찾는 숨바꼭질이겠죠
돈은 눈에 보이지만
사랑은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보고 싶어 찾아오면 없고
내가 가면 그는 오지요
계속되는 엇박자에
나는 그저 한숨만 쉴 뿐입니다
그리움은 왜 이리도 아픈 겁니까
사랑은 왜 이리도 목마를까요
사랑의 아픔으로 붉게 물든 내 가슴
점점 뜨겁게 익어만 가는데
오늘도 계속되는 사랑의 숨바꼭질
술래는 여전히 접니다.
자업자득
아침부터살생을 하였다
찜찜한 하루의 시작이었지만
나로선 참을 만큼 참았다
한 마리 파리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하였고
나는 그 시험에 졌다
견딜 수 없었다
나의 단잠을 깨운 죄의 댓가는
가혹한 죽음이었다
자업자득
나는 살생을 원하지 않았으나
파리는 나를 시험하였다
강돈희
시인, 사진쟁이
* 시집 '가을비 지나간 뒤', '빨래 너는 남자' 등 13권
* 한국문인협회 포천시지부장 역임
* 문학동아리 '시를 읽다'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