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이란 무엇인가?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전 KBS프로듀서/아나운서

 

 인간이 기계에 의해 대체되거나 인간다움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크다. 그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하는데, 필자는 바로 이것이을 인문 역량,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부른다.

 

 

 

인문(人文)의 대중적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인문학 강좌의 대중적 인기가 대단하다. 모 인문학 교수는 TV 인문 강좌 프로그램, 인문 캠프, 인문 교양 강연 등으로 학원가 인기 일타 강사를 능가하여 연예인과 다름없는 스타 교수가 되었다. 또 인문학 소재인 역사, 세계사 프로그램, 국내외 유명 학자의 인문학 강의가 TV의 주요 프로그램이 되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 지역의 인문학 아카데미는 ‘삶, 인문학과 만나다’라는 부제로 ‘읽기, 쓰기, 말하기, 철학, 미술, 영화, 여행, 와인 등 음식’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다양한 인문 강좌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또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문 도시를 지향하며 인문 관련 각종 사업, 프로그램을 벌이고 있다.

 

인문, 인문학, 인문주의, 인문학적 소양, 인문 교양 등으로 다양하게 쓰이는 ‘인문(人文)’의 뜻과 의미가 궁금하다. 그리고 ‘인문’을 키워드로 하는 다양한 파생어들의 의미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서 그것에 대한 수요와 필요성이 급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현재는 생성형 AI 사회이다. 전문가들은 2061년 안에 인간 수준의 생성형 AI가 등장할 가능성이 50%에 이른다고 전망한다. 다른 기술과 달리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언젠가는 그것이나 관련된 기술이 인간을 압도하지 않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인간이 기계에 의해 대체되거나 인간다움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훨씬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더 개발하여야 한다. 그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바로 그것을 인문 역량, 인문학적 소양으로 본다.

 

흔히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가 어려워하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는 쉽게 한다”고 말한다. 인공지능 시대를 인간이 선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이룰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인간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것을 인문학적 소양(줄여서 인문 소양)이라고 확신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와 같은 이유 등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절실이 요구하고 있다. ‘인문’을 핵심 키워드로 하는 능력과 학문이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런데 인문, 인문학, 인문주의 등의 의미는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자들의 의견도 너무 다양하고 분분해서 풀어서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인문(人文)의 의미는 무엇인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해당 지역에 대한 안내 자료, 소개서 등의 도입부에는 일반적으로 환경에 대한 설명이 먼저 실린다. 즉 자연환경, 인문환경, 사회환경 등으로 구분하여 자연환경으로는 지리, 면적, 산맥, 하천 등을 설명하고, 인문환경으로는 역사, 문화, 유적, 관광, 종교 등을 설명한다.

 

이처럼 ‘인문’이라는 말은 통상적으로는 원형 그대로 자연 상태인 순수 ‘자연’과 인간의 집합체인 ‘사회’에 상대가 되는 말로 사용된다. 인문(人文)이라는 말은 인간, 인간이 만든 문물, 인륜의 질서 등을 이르는 말이다. 즉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 낸 문물, 인간의 도리 등을 총체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인문’을 알기 위해서는 첫째, 그 중심인 ‘인간’을 알아야 한다. 인간의 본성, 실존, 실체, 능력 등을 이해하여야 한다. 인간의 이성, 감성, 본능 등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진보하면서 만들어 낸 ‘문물’을 이해하여야 한다. 문물은 ‘문화’의 산물이다. 문화는 정치, 경제, 종교, 예술, 법률 따위의 문화에 관한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즉 인간이 만들어 낸 문화적 산물을 잘 이해하여야 인문적 식견이 있는 것이다. 문화(文化, Culture)란 보편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체계를 말한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즉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정치, 경제,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셋째, 인간이 혈연, 지연, 이익 관계에 의한 공동체 생활에서 해야 할 도리, 즉 인륜적 도리의 질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하는 것이 ‘인문’을 배우고 익히는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은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가?

인문학은 인간의 삶, 사고 또는 인간다움 등 인간의 근원 문제에 관해 탐구하고 학문 분야로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주로 대학이나 연구 기관 등에서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소위 전문적 성격의 ‘대학 인문학’의 연구 범위, 내용 등을 알기 위해서는 대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대학, 학과’ 등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대학의 인문대학 또는 인문계열에 설치되어 있는 학과가 인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과들이다.

 

문학, 어학, 언어, 역사, 철학, 법률, 종교, 문화, 종교, 고고, 고전, 교육 등의 학과가 이에 해당한다. 이 학과에서는 학생들에게 인문교육, 즉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을 연구하고 교육한다. 인문학의 성격을 이해하려면 다른 학문을 다루는 대학 즉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공과대학, 예술대학’의 학과들과 비교하여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대중 인문학’은‘대학 인문학’과는 그 ‘영역, 성격, 내용’이 매우 유연하고 광범위하고 복합적이다. 인문교육, 인문 교양, 인문적 소양을 길러주기 위한 인문학 강좌, 인문 아카데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역의 시그니처 인문 강좌 등은 ‘길 위의 인문 교실, 인문 캠프, 지혜학교, 휴먼 공감 컬처 인문 교실’이라는 이름, 심지어는 ‘와인 플레이와 함께 하는 인문 캠프’ 등과 같이 매우 유연하고, 복합적이고, 실용적이고, 보다 재미 있는 성격의 강좌를 설치하고, 스타급 강사들을 초빙하여 운영하고 있다. 대학의 인문학과는 큰 거리가 있다.

 

현대 및 미래 사회와 인문 역량

그런데 대학 인문이든 대중 인문이든 학생에게 교수하는 인문학의 지향점은 인문학에 대한 식견이나 역량, 인문학적 소양, 인문 교양, 인문 능력 등을 높이는 것으로 교육을 주관하는 기관과 교수, 강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것이 지향해야 하는 상위 목표는 유사하다 할 수 있다. 먼저 위에서 말하는 식견, 역량, 소양, 능력의 핵심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 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인간이 깊이 사유하는 능력은 인문학적 소양 교육의 결과이고 세계 유명 CEO들의 탁월성 이면에는 인문학적 식견이 있다는 사실, 세계적인 유명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시 인문학 전공자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기업에서는 체험 중심의 인문 소양 교육을 통한 창의 융합형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조지 앤더스는 미래의 인공지능이 중추 역할을 하는 사회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능력, 통찰하는 능력, 올바른 접근법을 선택하는 능력,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은 인공지능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능력이며 이 능력은 소위 ‘쓸모없는 인문학(?)이 길러준다고 말한다.

 

그러한 사회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능력은 AI 리터러시 혹은 인공지능 문해력이라고 한다. 이 능력은 전적으로 인문학이 길러주는 소양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물론이고 미래 사회가 절실히 인간에게 요구하는 능력은 창의 융합형 능력, 비판적 사고 능력이다. 그런데 이 능력들 모두 인문교육에 의해서 배양된다.

 

현대 및 미래 사회는 인문주의, 휴머니즘, 인간다움, 인간성 등이 전반적으로 축소되고,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확대될 것임이 예견된다. 그래서 인간의 본성, 가치, 권리 등을 이해토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애의 정신을 가르치는 인문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인간.자연.사회가 더불어 공생하고 인간다움을 지향하는 삶의 교육의 중심에는 인문교육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문 역량을 기르는 교육 프로그램

중·고등학교 학교 교육에서 인문학적 소양은 일반적으로 ‘세상을 보는 안목과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자신과 타인,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 및 판단 능력을 통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의 발전에 책임 있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태도로 보고 있다.

 

그리고 고전 읽기 등 독서를 그 교육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즉 학교에서 추진되어야 할 ‘인문학적 소양’ 교육은 ‘독서’와 연계한 교육으로 보고, 함께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나누며,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생각의 힘을 키우고, 삶에 대한 성찰들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함양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독서에서 시작되는 인문교육은 인간과 인간이 만든 문물에 대한 이해를 위한 폭넓은 체험 학습,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양의 습득 과정, 인간의 도리에 관한 인식의 과정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양들은 궁극적으로 인간애의 정신을 진작시켜 줄 것으로 본다.

 

 

서재원 교수

. 창수초등학교, 포천중, 포천일고, 서울대 졸업

. 한국방송 KBS 편성국장, 편성센터장(편성책임자)

. 차의과학대학교 교양교육원장, 부총장

. 포천중·일고 총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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