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전 KBS프로듀서/아나운서

 

대화는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 먼저 잘 들어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 나의 마음을 전하는 것 역시 듣기에서 출발한다. 잘 들어야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대면으로 만나 소통하는 일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이 경향은 더욱 심해진 듯이 보인다. 친족 만남, 친구 만남 등의 빈도가 급격히 줄었음은 물론이다.

 

개인 간 사적 소통, 조직과 집단 안에서의 공적 소통 모두 직접 대면하여 소통하는 경우보다는 노트북 등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의 소통 루트인 각종 통화, 이메일, 인터넷, 카톡, SNS를 통한 소통이 더 일반화하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20세기까지 소통은 주로 언어를 중심으로 한 대면으로 행해졌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일반화하며 소통의 방식도 비대면 방식이 훨씬 증가하게 되었고, 소통의 도구도 언어 중심에서 언어와 영상 등이 함께 쓰이고 다양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소통 방식의 변화뿐 아니라 기본적 도구인 말과 글의 쓰이는 형태, 특성에 있어서 두드러진 변화상이 나타나고 있다. 변화하는 언어적 특성은 무엇이며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문해력, 말귀와 글귀의 총명함이 중요해진 현대사회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말귀, 글귀가 우선 밝아야 한다. 그것은 곧 말과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좋아야 함을 의미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소위 문해력이라고 한다. 요즘은 직접 만나 대화하며 확인하고, 그래서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되묻거나 의견을 말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 기기 예를 들면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통해 소통하자니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아 더욱 이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말귀는 '말을 듣는 귀' 즉, 말의 이해력과 분석력 등을 의미한다. 그 귀가 어둡다는 얘기는 말의 뜻을 못 알아듣는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글귀는 글을 보고 들어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지혜로움을 '머리 좋음'과 '눈 밝음'을 우선으로 꼽아 왔지만 뜻밖에 조상들은 ‘귀가 밝은 것’을 먼저 꼽았다. 총명(聰明)이라는 말의 의미를 살펴보면 ‘총명하다’의 한자 총(聰)은 ‘귀 밝을 총’이다. 남의 얘기를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총명하다는 의미이다.

 

마이동풍(馬耳東風)이나 우이독경(牛耳讀經)은 동물의 덜떨어진 미개함에 빗대 인간을 조롱하는 말로 쓰였다. 봄바람이 부는데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말(馬)의 귀, 귀한 말씀을 읽어주는데도 심드렁한 소(牛)의 귀는 귀가 그토록 크고 잘 생겼지만 뭐하나. 알아들을 줄 모르는 말과 소의 귀이니...... 다른 사람의 말를 듣고 알아듣는 말귀, 글을 보고 이해하는 능력인 글귀가 좋아야 하고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말귀, 글귀가 어두운 가장 큰 요인은 문해력의 부족이요, 말과 글의 핵심에 집중하지 않고 감정이 섞인 일부 어휘, 표현에 집중하거나 듣고 싶거나 보고 싶은 말과 글만 선별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문해력의 부족을 탓하며 ‘심심한 사과(진심을 다해 간절한 마음으로 하는 사과)’를 ‘싱거운 사과’로 잘못 이해하는 것을 예로 들곤 한다.

 

문해력 또는 독해력은 글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이는 음성적 읽기를 넘어서 의미적 읽기를 제대로 수행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어휘력, 문장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는 능력이 문해력의 핵심이다.

 

문해력은 독서, 교육, 훈련을 통해서 높일 수 있다. 우리 국어의 문해력이 떨어지면, AI 앱이 대신하여 편리하게 된 외국어 소통 능력 또한 떨어질 것이니 외국어 소통에서도 중요한 게 ‘국어에 대한 문해력’이요 그것이 바로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대 디지털 사회는 분초 사회요, 두괄식 사회이다

스마트폰 통화, 카톡 및 문자 메시지 소통, 이메일 송수신, 댓글 작성에 있어 우리는 일반적으로 시간과 길이의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결론이나 가장 중요한 내용을 먼저 전하고, 이어서 그것을 논리적으로 부연 설명하는 방식으로 소통하곤 한다.

 

매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를 조사 연구보고서를 통해 전망하는 모 책자에서는 2024년의 특성 중 하나로 효율을 중시하는 ‘분초 사회’로 특정하여‘시간도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가성비’ 못지않게 ‘시성비’의 중요함을 강조하여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바 있다. 그리고 결론부터 미리 보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우리 사회의 특징을 비유하여 이른바 ‘두괄식 사회’라고 이름하였다.

 

요즘은 인터넷 등을 통해 영화, 드라마를 볼 때 1.25배, 1.5배, 2배 속도로 보는 시청자가 40%나 된다고 한다. 축약한 ‘몰아보기’를 보는 사람도 매우 많다고 한다. 예전에는 영화, 드라마, 소설 책 등을 홍보하며 결과를 알려 주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였고, 독자나 시청자들도 묵묵히 기다려 그 결과를 알고자 했다.

 

스마트폰 통화를 하며 좀 길게 설명하거나, 중요한 내용이나 결론을 우선 말하지 않으면, 상대가 ‘그래서 뭐 어떻다는 이야기인지, 요점이 무엇인지’를 따져 묻거나, 끊고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는 짜증스러운 반응을 겪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현대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어법 중 중요한 사실은 눈치코치 없는 사람이 되기 싫으면 ‘결론이나 중요한 내용부터 말하라’이다.

 

소통의 목표에 따라 화법을 다르게 하라

소통의 성격은 여러 유형으로 나뉜다. 단순한 사적 친분 유지를 위한 소통은 그렇지 않겠지만, 목표나 목적이 있는 소통은 치밀한 계획과 설계, 구성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설득을 통해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소통은 논리가 일관되고 철저해야 함은 물론 구성, 언어 구사가 그에 적합해야만 한다. 우선 일반적으로 설득의 가장 큰 파워라고 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어떤 방식을 택할지가 중요하다.

 

상대를 설득하려는 나의 주의, 주장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설명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가 많고 다양한 데 비해서 반대의 사례 등 비판의 여지가 적은, 소위 ‘귀납적 강도’가 높은 내용의 소통에서는 일반적으로 보편적 사실로부터 구체적 사실을 추론하는 ‘귀납적 방식’을 택한다. 쉽게 말하자면 나의 주장, 생각 등을 먼저 강하게 주장한 뒤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다시 나의 주장이나 생각 등의 타당성을 이론적으로 정리하여 설득하는 소통의 방법이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소통에 힘과 구체성이 있고 강조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에 비판자로부터 역공을 당할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 학문적으로는 먼저 가설을 세운 뒤 관찰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 경험과학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추론 방식이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철저한 합리주의의 방법, 예를 들면 삼단논법(대전제ㆍ소전제ㆍ결론)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철저한 논리의 연계로 나의 주장이나 생각을 펼쳐 나가는 방식인데, 개혁적 정책 추진이나 정치적 이념 등의 이론적 근거를 만들고자 할 때 쓰는 방식이다. 소통의 내용이 추상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보통 철학자, 변호사, 의사 등의 전문 영역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치밀한 논리로 보편적 결론을 찾아나가는 소위 연역적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현대는 감성 문화 사회

대통령 선거 등의 선거 광고는 유권자의 이성이나 감성을 움직여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케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치 광고와 설득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이성적으로 논리가 탁월하고 설득력이 있어 상대가 나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나 호감을 주는 것을 지향한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직접 기타를 치며 상록수라는 노래를 부른 선거 광고’와 ‘후보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라고 설명하는’ 정서적 정치 캠페인 문안을 성공적인 정치 광고의 수작으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감성은 이성(理性)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대상을 오관((五官)으로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을 이르는 말이다. 이성적으로 강하게 다가서다가, 감성적으로 전환하여 심금을 울리는 화법은 의외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개인의 오관과 심성을 맞춤형으로 자극하고 '희로애락오욕애'의 감성을 일으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케 하는 화법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말 잘하기도 중요하지만 경청이 우선

‘성공하려면 잘 들어라,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백 마디 말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을 친구로 여긴다. 그러나 진정한 마음으로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인간이 눈과 귀가 두 개고, 콧구멍이 둘이며 그것이 모두, 하나밖에 없는 입보다 위로 높게 자리하게 한 것은, 말하기보다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활동을 앞서 충분히 한 다음, 생각하고 생각하여 신중히 말하라는 신의 섭리를 상징하여 그리 만든 게 아닌가 싶다.

 

대화는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 먼저 잘 들어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 나의 마음을 전하는 것 역시 듣기에서 출발한다. 잘 들어야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재원 교수

. 창수초등학교, 포천중, 포천일고, 서울대 졸업

. 한국방송 KBS 편성국장, 편성센터장(편성책임자)

. 차의과학대학교 교양교육원장, 부총장

. 포천중·일고 총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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