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포천고를 찾은 김창남 전 상하이 영사가 이 학교 2학년 중국어반 학생들에게 중국에서 직접 겪은 경험과 글로벌 시민교육에 대한 강의를 한 뒤 포즈를 취했다.
'2022년 꿈을 찾는 글로벌 시민교육'은 전, 현직 외교관들이 포천에 있는 초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세계를 다니면서 직접 겪고 느낀 특별한 경험을 들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세계 곳곳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이 직접 들려주는 글로벌한 경험은 우리 포천 학생들의 꿈과 상상력을 무한대로 성장시켜 줄 것이다. [편집자 주]
(사)포천미래포럼이 주최하고 (사)함께하는다문화네트워크(포천 다문화국제학교)가 주관하는 이 교육 프로그램은 외교부, 외교부 선교회, 포천교육지원청이 후원한다.
지난 13일 상하이 영사를 지냈던 김창남 전 외교관이 포천고등학교 2학년 중국어반 학생들 26명에게 자신이 중국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김창남 전 영사는 어릴 때 본 중국 무술영화 포스터 한 장이 자신이 외교관이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Different, But Equal"
서로 다르지만, 동등한 세계인
김창남 전 상하이 총영사는 학생들에게 인사를 나누며 "사람은 목표를 전하면 그 길로 가게 되어 있다"며 "글로벌한 요즘 시대에 여러분들이 중국어를 택한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라고 칭찬하며 서두를 꺼냈다.
자신은 어렸을 때 중국 무술영화의 포스터를 보고 그 포스터에 적혀 있는 글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 하다가 이 궁금증이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게 했고, 외교부에 들어간 뒤 32년 6개월을 주로 중국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해 왔다고 했다.
선생님은 글로벌한 세계인은 '서로 다르지만 동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글로벌 시민의 필수조건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글로벌 지식과 마인드를 가져야 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인정하며, 국제 예절을 준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시민의 주요 덕목으로 먼저 인사하기와 칭찬하기, 올바른 남녀 성평등 관념, 연장자 우대, 사회적 경제적 약자 배려, 양보와 절제와 인내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한 세계인은 '서로 다르지만 동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글로벌 지식과 마인드를 가져야한다.
중국인들은 특히 대륙적 기질과 중화 우월주의를 지니고 있고, 56개 민족이 모여 만든 나라답게 문화가 다양한 민족임을 인정해야 한다. 또 유교 등 동양사상의 발원지이면서, 유구한 역사를 지닌 나라이지만, 미신도 믿는 민족이라는 것도 알아야 중국인들을 좀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색깔은 빨간색이고, 숫자는 6과 8과 9를 좋아하지만, 18이라는 숫자는 '18지옥'을 뜻한다고 무척 싫어한다.
또 시계를 중국인에게 선물하는 것은 절대 금기다. 시계를 중국어 발음으로 하면 '임종하다, 죽다'와 똑같기아서 시계를 선물한다는 것은 곧 선물받은 사람이 죽기를 바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사성어에는 '세옹실마' 말이 있는데, 우리가 이야기하는 '세옹지마'와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이 말의 의미는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중국 국경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노인이 기르던 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 땅으로 도망쳤다. 동네 사람들이 노인을 위로했지만, 노인은 "이게 복이 될지 누가 아냐'며 의외로 태연했다.
몇 달 후 도망친 말이 오랑캐의 준마들을 많이 데리고 돌아왔다. 이웃들의 축하에도 노인은 이번에도 기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게 화가 될지 누가 아냐."
며칠 후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다 다리가 부러졌다. 동네 사람들이 걱정했지만 노인은 이번에도 무표정이었다. 얼마 후 오랑캐가 쳐들어 왔고 나라에서는 징집령을 내려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보내 모두 죽었지만, 다리가 부러진 노인의 아들은 전쟁터로 가지 않고 살아남았다.
김창남 선생님은 "이 세옹지마라는 고사는 중국 진한의 회남왕 유안이 쓴 '회남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중국인들의 감성을 이해하는데 아주 좋은 예"라며 "글로벌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그 나라 사람들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감수성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창남 전 상하이 영사는 1960년생으로 전남대 중문어과를 졸업했고, 국립대만사범대학에서 중국어를 연수했다. 타이뻬이 대표부 영사와 중국대사관 영사, 상하이 총영사관 영사, 광저우 총영사과 부총영사를 역임했다. 1988년부터 2020년까지 32년 6개월을 외교관으로 보냈고, 현재는 (사)함께하는 다문화네트워크 이사, 행정사법인 한국이민 행정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