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효 전 시의장이 자전적 에세이집 '출발선에 서다'를 펴냈다. 이 책은 '나의 뿌리 포천에서, 아름다운 공동체를 향한 여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 제목을 '출발선에 서다'라고 지은 데는 많은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는 듯 보인다. 1958년생으로 올해 만 64세가 된 그가 그동안 보통사람으로서 살아온 이야기와 남들에게 쉽게 밝히지 못한 삶의 질곡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풀어놓았다.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편린 조각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꺼내어 버릴 것은 버리고, 보관하고 싶은 것은 다시 보자기에 정성껏 싸서 다시 다락방 속에 넣어두는 대신, 한 자 한 자 정성껏 글로 적어 책으로 남겼으리라.
또 다른 의미로는 이제 불과 몇 달 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포천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힌 그가 시합을 앞둔 달리기 선수가 신발끈을 단단히 조여 매고 출발선에 서 있는 것처럼, 어쩌면 외롭고도 고독한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거는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 것일런지도 모른다.
▲ 60대 중반을 접어드는 시점인 지난해 집필을 시작해 올해 초 이 책을 펴냈다.
부제 '나의 뿌리 포천에서, 아름다운 공동체를 향한 여정'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이중효는 원초적인 포천 사람이다. 그는 20대부터 '나' 자신보다 '주위'라는 공동체를 위해 봉사했고, 40대에 처음으로 정치에 입문해 3선 시의원을 거치면서 40여 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을 자신의 '가정'보다는 '포천 시민'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사람이었다.
이 책은 일단 손에 들고 첫 장을 넘기면 마지막 페이지의 책장을 덮을 때까지 쉽사리 손에서 놓지 못한다. 그만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암 투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어머니 역할을 대신하던 꽃을 좋아하던 누나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던 날의 기억들을 그는 덤덤하게 회상해 나간다. 또 나이 마흔에 군의원으로 첫 출마해 당선된 일과, 두번째 도전에서 기적의 1표차 당선되며 천당과 지옥을 오고간 경험도 적어 넣었다.
이중효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앞두고 집 안에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본인과 남동생 등 남자들만 4명이 함께 살고 있다는 말을 차마 못하고, 아버지와 자신, 그리고 남동생만 산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거짓말이었다고 술회했다. 또 집안 일 대신 지역과 공동체 일에 분주히 따라다니느라 상대적으로 가정을 돌보지 못해 아내와 하나 뿐인 외동딸에게 소흘했던 것이 늘 마음에 걸리고 미안했다고 회고했다.
이 책은 인간 이중효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두 시간만 투자하면 단숨에 읽어버릴 200여 페이지 가량 되는 분량이다. 또한 책 사이사이에 삽입해 놓은 이중효의 자작시 30여 편을 읽는 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에 못지 않게 크다. 한때 '문학 소년'이었다는 그의 이야기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다.
책을 덮으면 사람 냄새가 짙게 나는 이중효가 새롭게 다가온다. 그의 첫 인상은 미남형의 잘 생긴 얼굴에 항상 웃음 띤 부잣집 도련님처럼 보이지만, 책 속에서 새로 발견한 그의 모습은 마치 그동안 알고 있었던 이중효 모습에 더해서 더욱 친근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사람 냄새가 물씬거리고,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온 그의 아름다운 삶 이야기에 저절로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웃고 울며 살아갈 인간 인중효, 어느새 그가 책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오고 있었다.
▲이중효 전 시의장은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도리는 선한 양심과 마음 두 가지다. 나는 '진실'이 승리하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중효는 책 서두 머릿말에서 책을 발간하는 심정을 '진실이 승리하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써내려갔다.
"누구나 한번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는 순간이 온다. 어느덧 60대 중반에 들면서 실타래를 감듯 지나온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이제는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기록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회고해 보면 나 역시 기쁨과 행복, 슬픔과 아픔이 공존하는 희노애락의 삶을 살아왔다. 제 아무리 잘 살아왔다고 해도 지나온 세월은 늘 후회가 남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그저 평범하고 평온하게 보일 지라도, 안에서는 견디기 힘든 시련과 좌절을 겪기도 한다. 나 역시 인생을 살아오면서 처절한 아픔과 시련을 경험했다"며 "그 아픔은 나를 강철처럼 단련시키고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강물처럼 잔잔히 흘러가는 지난 10년의 세월 속에서 나는 서서히 치유되었다"고 고백했다.
이중효는 머릿말 끝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금 시점에서 나는 내가 갖춰야 할 자질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도리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선한 양심과 마음, 두 가지다.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잡아가는 것은 결국 '진실'이다. 나의 이야기를 읽고 단 한 사람이라도 작은 교훈을 얻는다면 저자로서는 큰 영광이자 기쁨이 될 것"이라고 소망했다.
이중효 전 시의장의 출판기념회는 23일 일요일 오후 2시 다온컨벤션(구 중앙웨딩홀, 포천경찰서 옆)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