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안훈. 존재감. 무릇 사람은 누구나 존재감으로 살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무얼 하는 사람인가. 인간의 역사는 엄밀히 말하면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역사를 만들어온 수 없는 걸출한 인물들도 밝히고 보면 결국 그 자신의 존재감으로부터 그 모든 것들을 이루어냈고 그것이 하나의 실록으로 인류의 대역사를 만들어 온 것 아닌가. 아들에게는 딸이 둘이 있다. 올해 9세, 6세 된 어여쁜 아이들이다. 늦게 결혼하여 3년 터울 딸을 둘 두었으니 아들의 기꺼움이야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큰손녀에 대한 사랑이 막강하다 보니 둘째가 태어났을 때 큰손녀 아이가 혹여라도 사랑이 나뉘는 것 때문에 상처를 받을까 걱정돼 그 애 앞에서 작은애를 예뻐라 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했다. 그런데 그 작은애가 두 살 되면서부터 설 때만 잠깐씩 와서 보는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무시로 자신의 존재감을 똑 부러지게 인식시키는 것 아닌가. '나도 있다', 혹은 '나 있다'라는 식의 무언의 행동들을 보면서 우리 내외는 열심히 그 아이의 존재감을 은밀하게 인정해주곤 했다. 결혼하면서부터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았다. 30년이다. 그 30년의 가족 관계가 아무리
[편집자 주] '미국횡단 자동차 여행기', '피렌체에서 만난 르네상스; 등을 연재한 작가 김은성은 최근에 읽은 소설 '파친코'를 읽고 오랜만에 눈믈이 흐를 정도로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그 감동을 우리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뜻을 포천좋은신문에 밝혔고, 편집부는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여 이번 칼럼에 올렸습니다. 김은성 작가는 2022년 초부터는 또 다른 여행기로 독자들을 찾아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두 번 째 겨울을 지나면서도 사그라들 기미가 없는 팬데믹으로 암울한 요즘, 세계적으로 한국의 문화예술이 국가 브랜드 파워를 높이며 선전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들을 접할 때 위로가 된다. 특히 미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넷플릭스에서 한국드라마들이 인기 정상을 차지하니 열심히 챙겨서 보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만든 문화 콘텐츠들이 세계인의 공감대를 끌어내고 찬사를 받고 있음이 뿌듯하지만, 작품에 늘 공감하거나 개인 취향에 맞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만든 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깊이 생각하며 보는 편이다. 그 작품들에 열광하는 시대의 흐름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기 정상에 오른 많은 작품은 주제와 흐름이 어
▲필자 김은성 작가. Day-10, 명품 아울렛 the Mall Firenze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으나, 전날 밤 천둥소리가 들렸을 뿐 하늘이 파랗다. 왕복 13유로 티켓으로 호사스러운 이층버스가 피렌체 관광의 꽃 중의 하나인 명품 아울렛에 데려다준다. 아름다운 토스카나 구릉들 사이에 아울렛이 현대식 건물로 멋있게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모든 매장을 갤러리 보듯 둘러본다. 미국의 아울렛 쇼핑몰에선 만나볼 수 없을 것 같은 식당에서 고급스럽고 맛있는 점심도 사 먹으며 한참을 쉬다가 계속 구경했다. 그러나 총 5시간 동안 관람(?)했는데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물건을 못 만나서 빈손으로 왔다. 미국에 비해서 심하게 싼 가격이어서 유명 디자이너 작품 한 개라도 건져야 하는데, 별로 필요할 것이 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토스카나의 구릉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현대식 아울렛 몰. Day-11, 피렌체의 중앙시장 오늘은 피렌체 관광 중요 리스트로 꼽히는 중앙시장(Mercato Centrale Firenze)으로 간다. 가죽 제품 파는 길거리 수레에서 한국말로, "언니, 아줌마 싸게 줄게"라면서 호객행위를 한다. 수레에 있는 물건을
▲필자 김은성 작가. Day-8, 두오모 완전정복 피렌체의 상징, 아름다운 이 도시의 꽃인 대성당 탐방은 햇살도 좋은 오늘 드디어 결행한다. 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라는 긴 이름 대신 두오모(Duomo)라고 불리는 이유는, 라틴어로 두오모가 집이라는 뜻인데, 성당을 하나님의 집이라고도 부르기 때문이다. 첫 번 피렌체 방문 당시엔 명동 성당 앞의 길보다 훨씬 좁고, 긴 골목을 걸어가서 만나는 광장에 거대한 성당이 믿을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갑자기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 이번에는 근처에서 유숙하는 주민이 되어 매일 오가며 눈으로 어루만지고, 감동하며 상당히 친해진 대성당과 깊숙이 만나보기로 한다. ▲피렌체의 상징, 대성당. 피렌체 대성당( 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은 13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지어지기 시작하여, 15세기에 천재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에 의해 벽돌로 쌓은 동그란 dome이 얹어지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부와 그들의 pride의 상징이다. 물론 지금의 피렌체 사람들도 자랑스럽기가 그 당시보다 덜하지 않겠지만... 92m 붉은 dome 지붕 위의 전망대
Day-6, 피렌체의 과학 시간 시차에 시달리느라 오늘 아침 눈뜨니 10시. 잃어버린 시간을 아까워하기보다 남아 있는 시간을 기뻐하자! 오늘은 햇살도 숨바꼭질하며, 종종 쨍 하고 볕 들 날, 아니 볕이 내리는 순간들을 선사한다. ▲우피치 뒤쪽 아르노 강변에서 오랜만의 햇살을 즐겨본다. 르네상스 시대는 시간상으로 14세기에서 17세기로 역사에서 그리 긴 연대는 아니지만, 현대인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역사적인 시대 개념일 듯하다. 오늘은 그 시대 과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갈릴레오 뮤지엄으로 간다. ▲갈릴레오 뮤지엄. 이 뮤지엄은 아르노강을 바라보는 강가에 서 있는 피렌체에서 제일 오래된 건물 중의 하나로, 무려 11세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이층집도 호사였건만, 유럽사람들은 천 년 전에도 이렇게 높은 복층에서 살았다는 것은 매일 볼 때마다 경이롭다. 메디치는 예술에만 돈 쓴 것이 아니고 과학의 발전에도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 요즘 개념으로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와 개발),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서 신기술을 개발해나간 거라고 하면 너무 인색한 평가일까? 지동설로 인해 교황청과 맞선 갈릴레오도 메디치의
어느 날 해가 저물 무렵 귀로(歸路)에서 우연히 문득 손을 펴 보니 손안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눈에 띄는 보석도, 대단한 재물도, 화려한 명예도... 아니 소박한 꽃 한 송이, 보잘것없는 나막신 하나도 제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마냥 허탈한 빈손, 허허로운 가슴, 시린 적막감이 묻어 있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가진 것이 없는 것도 부끄러웠지만 하나하나 떠오르는 지난 시간들, 지난 일들이 나를 더욱더 부끄럽게 했습니다. 나름으로는 열심히 애를 쓰며 최선을 다한다 했지만 이룬 것은 진실로 미미했습니다. 고작 나 한 몸, 내 가족 건사하기에도 헉헉거린 시간들... 그러노라고 아주 가까운 나의 친구의 아픔도 제대로 껴안아 주지 못했고, 이혼의 상처를 안고 신음하는 내 아우의 슬픔도 달래주지 못했습니다. 삶이 너무 고달파 손 내밀던 가까운 이웃에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또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후배의 깊은 고민에도 마음만큼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노년을 혼자 보내신 친정어머니, 시어머님의 고적함에 아무런 위로를 드리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의례적인 일상이 아닌, 진심에서 나누는 따듯한 대화,
▲김은성 필자. Day-5, 천재들의 도시 쌀쌀한 날씨다. 아침에 숙소를 나설 때 집 열쇠를 두고 나와 문을 잠가서, 아래층 식당 쉐프에게 전화 빌려서 집주인 불렀더니 한달음에 와준다. 친절하기도 하고 사기성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인데, 돌아서면 늘 친절만 기억에 남는다. 오전수업 1교시, 청렴하고 소박한 생활을 추구하는 도미니카수도회 소속인 산마르코(San Marco) 수도원으로 향한다. 이곳엔 수도사들의 기도와 묵상을 위한 숙소마다 아름답고 성스러운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복도에 그려진 안젤리코 수도사(Fra Angelico)의 '수태고지'는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동정녀의 수태 소식을 가브리엘 천사가 전하는 그림은 많으나, 그 배경이 실내였던 그림들과 달리 야외이며 원근법이 사용된 최초의 그림이다. 르네상스의 일등공신 코지모 메디치가 수도원을 위해 안젤리코 수도사에게 벽화를 그려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메디치 가문에 천문학적인 재물이 허락되어서, 이토록 가슴을 뛰게 하는 아름다운 작품들이 500여 년 세월을 남아있음에 무조건 감사했다. ▲수도사들의 거처인 방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
Day-3, 보티첼리의 흔적을 따라서 어젠 하루를 뚝 잘라 반나절만 살고 잠자리에 드니, 새벽 1시 넘어도 말똥거려서 할 수 없이 수면제 반 알 삼키고 아침 8시에 기상하는 데 성공했다.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10시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피렌체의 두오모 앞을 지나며 출근 도장을 찍는다. 두오모 뒷골목에 거주해보는 벅찬 감동을 매일 음미해보려고 한다. ▲오만가지 색의 대리석을 색종이처럼 오려 붙여 지은 피렌체의 두오모를 매일 만나는 기쁨을 누린다. 지난여름 독일의 바바리아 지방을 여행하며, 뉘른베르그에서 독일을 대표하는 르네상스 화가인 알브레트 뒤러와 찐하게 만나 그의 흔적을 따라 여행한 것처럼, 이 겨울 피렌체에서 나의 감성을 뚫고 깊이 들어 온 예술가는 보티첼리이다. ▲작품 가운데 그려 넣은 보티첼리의 자화상. Alessandro di Mariano di Vanni Filipepi라는 길고 긴 본명 대신 작은 술통이란 뜻의 별명, Botticelli라고 불린 artist가 피렌체에서의 나의 여정을 이끈다.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간 그는, 뮤즈였던 시모네타의 발치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가 묻혔다는 Ognisanti 성당에 찾아갔는데 관람객을
예컨대 나는 모든 이름의 바람을 사랑한다. 한겨울 머리 위에서 잉잉 울어대는 바람, 어두운 들녘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바림, 바람 떼―. 늦가을 제주에서 만난 호곡(號哭) 같은 바람, 겨울의 문턱에서 마른 갈대숲을 울리던 을숙도의 바람, 바람은 어쩌면 나의 고향인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나의 고향, 잃어버린 나의 언어, 잃어버린 나의 시간. 나는 봄 몸살 같은 3월의 바람을 사랑한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지각(地殼)이 미처 눈을 비비며 깨어나기도 전에 보리밭 이랑에서 성급하게 피어나는 바람, 그 바람은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오한처럼 떨게 한다. 어느 때는 수줍고 어느 때는 미소 같고 어느 때는 마냥 속살을 간질이는 봄 몸살 같은 바람. 그래, 봄 몸살이다. 바위처럼 꿈적 않는 미욱한 사내를 어여쁜 교태로 흔들어 깨우는 몸살 같은 바람, 열여섯 살 소녀의 새빠진 웃음처럼 캬들캬들한 바람, 마디마디 움츠러든 겨울나무 가지에 새움을 눈 티우는 신비의 바람, 늪처럼 가라앉은 어둡고 긴 우리들의 침묵을 일으켜 세우는 바람. 그것은 3월의 바람이다. 여울물처럼 맑은 3월의 바람이다. 눈을 들어 사위를 둘러보라. 마침내 봄은 당도하느니 지난겨울의 시린 애환을 어찌 털
필자 석인호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1974년 중앙일보 기자로 입사하면서 언론인의 길을 걸었다. TBC 방송기자, 중앙일보 싱가포르 특파원, 중앙일보 사회부 전국부장 등을 거쳤다. 국정홍보처 국정브리핑팀 위원과 언론중재위원을 지냈다. 2014년 '좋은수필'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하얀 소금꽃 대신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물결 하얀 소금으로 뒤덮였을 염전이었지만 지금은 꽃밭이다. 눈이 모자랄 만큼 넓게 펼쳐진 벌판이 온통 분홍과 노랑, 붉은 색깔의 물결이 치고 있었다. 서해 바다가 가까운 경기도 시흥시 장곡동 시흥갯골생태공원의 초가을 풍경이다. 쾌청한 가을날 따갑게 쏟아지는 햇살 아래 갯벌엔 꽃들과 각종 이름 모를 풀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코스모스의 분홍 물결, 해를 향한 해바라기들의 노랑 군무, 군락을 이룬 채 동그스름한 자태를 뽐내는 댑싸리들의 분홍빛 머금은 연두색 대열이 장관이었다. 늦가을엔 붉은색으로 물드는 댑싸리들이 미동도 하지 않고 대열을 이루어 광장에서 집단체조 하듯 펼쳐져 있다. 먼 남쪽에서 북상 중인 태풍 영향인지 바람은 시원했고 하늘은 쾌청했던 9월 15일 이 공원을 찾았다. 안내표지판은 이곳이 1934년부터 2년에 걸쳐 조성된 염전이었다
▲김은성 작가 현재 미국 워싱턴 디시에 거주하는 김은성 작가는 포천좋은신문 창간 1주년을 맞아 새롭게 유럽여행기를 연재합니다. 김 작가가 연재할 유럽여행기의 첫 번째 도시는 이탈리아 피렌체. 김 작가는 피렌체가 어떻게 르네상스의 발원지가 되었으며, 그 르네상스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년 전 겨울 피렌체를 찾았습니다. '피렌체에서 만나는 르네상스'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는 김은성 작가의 유럽여행기에 많은 응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첫째날, 르네상스를 만나러 피렌체로 향하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꿈꾸는 여행은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영어로 Tuscany) 지방에서 한 달 지내는 것이라고 한다. 2016년 여름, 초등학교 친구들과 환갑여행 삼아서 피렌체(영어로 Florence) 근교에서 한 달 묵으며 토스카나 지방을 여기저기 둘러본 후,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충분히 공감해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었던 듯 생각되는 한 달간의 사연은 너무 길어서 다른 기회에 나눌 수 있길 바라며, 이번 연재에서는 피렌체 중심부 구도시에서만 2주를 지내고온 2019년 겨울 여행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 번 여행은 8월에서 9월에 걸쳐
나는 책방을 차리고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책방을 차리길 백만 번 잘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책방 주인들이 아마 나와 같을 것이다. 이유는 큰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책방 하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그 즐거움은 바로 ‘책’과 ‘사람’에서 나오는데, 그건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아주 은밀한 것이다. 이 즐거움을 책방을 찾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오래 누릴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텅 빈 책방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대뜸 책방 사용에 대해 문의했다. 그 질문은 책방을 최소한 한 곳 이상 다녀온 사람이나 가능한 것. “큰 책장에 꽂힌 책은 그냥 보셔도 되고, 그 외 진열된 책들은 새 책이므로 구입해서 보시면 됩니다. 책이 낡아지면 판매를 할 수 없어서요.” 우리는 카페를 겸하고 있어 음료도 판매한다고 덧붙였다. 그랬더니 그는 혹시나 몰라 먹을 걸 싸 왔다고 했다. 아마도 시골책방이라 하니 먹을 것이 마땅찮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그는 차 한 잔을 시키고 책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가끔 책 사진을 한 장씩 찍었다. 처음 한두 번은 그럴 수 있지 싶어 가만있다 찰칵찰칵 소리가 계속 나서 망설이다 결국 다가가 말했다. “저, 죄송하지만 책방 분위기
▲르네상스의 대표작, 아테네 학당. 라파엘로가 그리스의 유명했던 학자들을 표현하면서, 얼굴은 자신을 포함한 ‘르네상스를 이끈’ 예술가들로 그려 넣었다. 포천좋은신문을 통해 '포천의 르네상스'를 기대하며 연일 전국에서 십만 명 이상의 감염자를 기록하며 잦아들 줄 모르는 바이러스 재난의 불길과, 늦여름의 폭염으로 뜨거운 2021년 8월의 끝자락, 워싱턴 디시 근교 나의 뒷뜰에는 몰래몰래 단풍이 들고 있다. 어김없이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는 증거이고, 포천좋은신문에 글을 써 보내기 시작한 지도 1년이 되어온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주는 시각적인 메시지기도 하다. 한 달 정도 냉장고를 비우며 집콕으로 견디면 끝나는 건 줄 알았던 팬데믹이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던 지난해 봄, 포천좋은신문이 태동하고 있었다. 학연으로 연결된 편집장이 고국을 떠난 지 40년이 넘는 나에게, 정기적인 칼럼을 부탁해왔다. 그가 꿈꾸는 신문의 비전이 나의 가치관이나 비전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져서 흔쾌히 수락했다.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을 향하여 글을 써본 적도 없고 전문적인 글쟁이도 아닌지라 망설여졌던 마음은, 나의 첫 번 칼럼에서 나눈 바 있다. 산정호수와 한탄강 등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포천은
김승태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포천좋은신문'이 창간 1주년을 맞아 가장 먼저 독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독자 없는 신문은 있을 수 없고, 독자가 외면한 신문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창간사에서 '포천좋은신문'은 '좋은 기사'를 많이 담겠다고 약속했듯이, 그 마음 그대로 또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격려 부탁합니다. '포천좋은신문'은 지난해 9월 1일 창간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로 창간 1주년을 맞습니다. 지난해 코로나와 뜨거웠던 폭염 속에 창간 준비를 하고, 풍요의 계절인 9월 첫날에 독자 여러분 앞에 첫선을 보였던 기억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포천좋은신문'이 창간 1주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을 주신 고마운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신문과 독자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독자 없는 신문이란 있을 수 없고, 독자가 외면한 신문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천좋은신문'이 지난 1년간 무탈하게 지내오면서 창간 1주년을 맞게 된 것은 모두 '포천좋은신문'을 아끼고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의
▲김은성 작가 아름다운 자연과 넓은 영토가 주는 무한한 잠재력, 총 차고 말 타고 가축을 몰고 다니는 단순함과 강인함, 야생성과 촌스러움까지…. 그리고 넓은 자연 가운데 제멋대로 뛰놀며 자라는 가축들의 이미지가 요즘 와서 더욱이나 설명하기 힘든 미국의 모습을 그나마 상징성 있게 설명해 준다고 생각되었다. ▲미국의 카우보이. 카우보이는 소 떼들을 돌보는 목동이라는 직업군을 표현한 단어일 뿐이다. 구약의 유명 인사 다윗도 양을 돌보는 목동이었고, 요즘도 중동지방에선 고대처럼 양을 치며 살아가는 베드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럽의 알프스 근처 마을에서도, 커다란 종을 목에 달은 소나 양들을 계절에 따라 산 위로 아래로 몰고 다니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카우보이는 구대륙보다 스케일이 훨씬 넓은 신대륙 광활한 땅에서 말을 달리며 소 떼들을 몰고 다니는 목동을 일컬으며 생겨난 신조어인 거 같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미국의 정서와 문화의 상징성은 카우보이의 이미지가 함축적으로 표현한다는 생각이다. ▲스위스 목동. 박완서 작가의 수필집 '호미'에 해방 후 개성에 들어온 미군들을 묘사한 대목이 기억난다. 질서정연하고 절도 있는 일본 군인들의 모습에 익숙해진 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