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국민의힘 포천시·가평군 당원협의회 2023 신년인사회에 다녀왔다.
정치공동체는 곧 기억의 공동체라는데, 이들은 어떻게 소통하고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국힘 당협은 어떤 서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화끈했던 신년인사회
해가 바뀌면 서로 덕담을 건네며 복을 빌고 정을 나누는 게 우리의 미풍양속인데, 최춘식 의원과 핵심 당직자들은 서로 주고받는 말과 눈빛에서도 따뜻함이 묻어났다.
이날 인사회는 국민의힘 당원협의회가 주관하고 최춘식 의원실에서 주최한 행사인 만큼 포천시를 움직이는 각 읍·면·동지역의 운영위원들이 총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석한 28명의 운영위원들 대부분은 시민의 행복과 포천의 발전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인사회에 참석했을 것이다.
최춘식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도 새해를 여는 인사회인 만큼 준비에 갖은 정성을 다 쏟은 것으로 보인다. 윤충식 신임 사무국장도 포천·가평당원들은 물론 전체 시민들을 생각하며 '더 큰 포천 더 큰 행복'을 '한마음'과 ‘한뜻’으로 '시민 전체의 행복'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화합과 단결을 인사말에서 강조했다.
국민의례와 사무국장의 소개와 신임 당직자 임명식에 이어 최춘식 국회의원이 등단했다.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그를 든든하게 생각하는 당원들이 많은지, 그가 등단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지난 총선, 포천에선 448표 졌지만, 대선에선 당원들의 분골쇄신으로 포천시·가평군에서 1만표 이상 이겼고, 또 지난 지방선거에선 김은혜 도지사 후보가 1만 8000표 이겨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라며 "앞으로도 이 추세를 이어가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뭐랄까. 자신감이 넘친다고 할까. 최 의원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또 옥정~포천 광역철도 건설 등 포천지역의 주요사업 6개를 소개하며, 꼭 필요한 예산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의정활동에선 국회 농정해양수산위 의원으로서 '양곡관리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의 '양곡관리법' 골자는 3%와 5% 등 숫자로 못 박아, 이를 법으로 규정하면 남는 쌀을 사줄 수 없다며, 올해는 이 문제를 꼭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설명을 듣는 당원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고 뜨거웠다.
최 의원은 그동안 최선을 다했고 또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일들, 어쩔 수 없었고 동시에 어쩔 수 있었던 일들, 성실했지만 꾸준하지는 못했던 일들, 어쩔 수 없이 하지 못했던 그러나 때로는 과감하게 했던 일들, 여소야대의 결핍이 있었으나 그 결핍을 메우고자 시도했던 시간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모를 참은 시간들, 저력과 무기력을 동시에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 문제를 느끼면서도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시간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정치공동체는 곧 기억의 공동체라는데,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최 의원은 아마도 당원들 앞에서 자신의 기억들 더듬어 가며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썰렁함과 '하극상' 논란
최 의원은 브리핑을 마치고, 당원들의 질문을 받겠다고 했다.
제일 먼저 손을 든 모 지역신문의 대표는 "최 의원은 당 대표로 누구를 지지하냐"라고 질문했다. 공천으로 귀결되는 질문으로 보인다.
그러자 정종근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은 나름 열심히 답변하고 있던 최 의원의 말을 끊고 "기자회견도 아닌데 왜 기자가 질문하냐"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기자를 불러 놓고서는 질문도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하냐"라고 티격태격하면서 분위기가 일순간 썰렁하게 돌변했다.
하지만 이런 사유에 과연 시민이 동의할 수 있을까? 좋은 마음을 갖고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논리적 소통을 나누다 보면 듣는 사람 입장에선 결국 잔소리처럼 되기 십상이다.
한편으론 언론사 대표가 이날 행사의 취지를 잘 못 알고 온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언론사 대표를 일갈하는 정종근 부위원장은 최 의원 앞에서 너무도 용감했다. 예전 같았으면 일어나기 힘든 하극상(?)이겠지만, 새 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라 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손뼉 치는 당원은 거의 보기 어려웠다.
정종근 부위원장은 이날 신년 인사회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윤 사무국장을 향해 자신이 발언할 기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내용은 "윤충식 사무국장이 도의원직을 겸직하면서 지역구 사무실의 사무국장직까지 함께 할 수 있냐"는 것.
그러자 최 의원은 "타 시·군의 경우, 도의원이 사무국장을 겸직하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조직의 기강과 불협화음은 조직을 무디게 하고, 망가뜨리기까지 한다. 주도권을 쥐려는 욕구가 발동하는 순간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욕구는 시한폭탄이다. 욕구가 심하면 언젠가 터진다. 그러니 약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강한 것이 문제다.
언론이 건전하고 생산적인 비판과 감시를 통해 권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언론매체가 많아지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는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쏟아지는 논리적인 소통과 설득에 우리 마음이 지쳐서 일까, 덕담에도 이유 모를 저항감이 생길 때가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덕담을 들은 내 마음이 "너나 많이 받으세요"라고 답하니 말이다.
언론은 잘 자란 팩트에 의혹과 추측 등을 뒤섞어 가면서 정치불신과 혐오를 증폭시킬지도 모른다.
정치가 실종되고 민심이 나빠지면 여당 초선의원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언론의 먹잇감이 된다. 한 번 물은 언론들이 가만 놔두지 않을 건 뻔하다.
◆필요한 국면전환
그러니 지역 당원협의회로서는 최대한 시비거리를 줄이고 국면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맞다. 최 의원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그를 시궁창에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당원들의 침묵은 최 의원의 좀 더 화끈한 리더십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걸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깨어 있는 당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 의원으로서도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가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최 의원은 집권여당으로서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안정적 기반 확보가 절실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일말의 오해도 없어야 하며 당의 화합과 단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국민의힘 포천·가평당원협의회가 살아 있는 조직이라면 내부의 잘잘못에 대한 의견이 활발히 개진돼야 한다. 그래야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