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북 구미에서 열린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경기도 최초 육상 4관왕이 탄생했다. 남자 400m와 800m DB, 400m 계주와 1,500m DB 등 4종목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은 포천시청 육상경기부 소속 이무용 선수(33)다.
글·사진 | 홍보전산과 공보팀 추영화 주무관
이무용, ‘장애’ 프레임에 맞서다
이무용 선수는 14세였던 지난 2002년 육상에 입문했다. 어릴 때 원인불명의 청각장애를 갖게 되었으나 뛰어난 기량과 꾸준한 훈련으로 국내외의 각종 비장애인 엘리트 육상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2011년 제26회 쉔젠 하계 유니버시아드 2011 결승 진출(1,600m 계주)을 비롯해 2012년 제93회 전국체육대회 1600m 계주 금메달 및 대회 신기록, 2016디스턴스첼린지대회 금메달(남자 800m), 2017년 제45회 KBS배 전국 육상경기대회(남자 800m) 금메달 등 그의 이력은 장애·비장애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기록이다.
2016년 장애등급을 받고 처음 출전한 제3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는 남자 400mDB와 800mDB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2관왕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천에서 다시, ‘비상(飛翔)’
이무용 선수가 포천시청으로 이적을 하게 된 것은 올해 초의 일이다. 잇단 부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던 중, 대학(성균관대) 시절 감독이자 은사인 현 포천시청 육상경기부 최성회 감독으로부터 입단제의가 들어왔다. 포천시는 ‘스포츠 수도’로서 스포츠를 통한 남북 상호교류와 화합·평화 모드를 설계해 나가고 있는 도시다.
이 선수는 “최성회 감독과 함께했던 대학 시절은 육상 인생에서 가장 기량이 좋았던 때다. 포천에서 다시, 그때처럼 활약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2021년 1월, 포천에서 그의 새로운 비상이 시작됐다.
육상의 격투기, 중거리에 도전하다
이무용 선수는 주 종목이 ‘단거리’인 만큼 폭발적인 주법과 뛰어난 막판 스퍼트가 장점이다. 여기에 강한 정신력과 우직한 훈련 태도를 눈여겨본 최성회 감독은 새로운 가능성을 예감하고 육상 중거리 종목 훈련 병행을 권했다.
사실, 육상에서 단거리와 중거리는 같이하기 매우 힘든 종목이다. 사용하는 근육이 전혀 다른 데다 서로 모순 관계에 있어 함께 발달시키기 매우 어렵다. 게다가 중거리 종목은 주력(走力)뿐 아니라 전략과 견제도 능해야 한다. 오픈코스 특징상,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려는 선수들의 몸싸움이 벌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중거리 경기가 ‘육상의 격투기’라 불리는 이유다.
영광의 비결은 ‘인내’
훈련과정은 고됐다. 다친 다리가 채 다 낫기도 전에 또 다쳤다. 계속되는 통증 속, 청각장애도 심해졌다. ‘이 상태로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었다. 운동선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도 부담이었다. 그래도 버텼다.
이무용 선수는 “부모님을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지금껏 부모님이 고생하신 것만 할까. 그래서 다시 일어났다”라고 회상했다.
다시 일어난 그는 강한 지구력에 특유의 스피드, 탁월한 경기전략까지 갖추며 ‘중거리 특화 스프린터’로 거듭났다. 세계 유니버시아드 결승진출, 2017년 터키 삼순 데플림픽 은메달, 올해의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4관왕’의 영광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무용의 ‘꿈’
이무용 선수에게 육상은 스스로와의 싸움이다. 그는 “육상을 통해 나는 ‘오늘의 나’와 겨루어 더 나은 ‘내일의 나’로 만들어간다. 여기에 청각장애는 다소 불편할 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브라질 카시아스두술에서 열릴 데플림픽에 출전한다. 데플림픽 참가는 지난 터키 삼순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철저히 준비하여 대한민국과 포천시의 이름을 세계에 알릴 각오다.
이 선수는 “후배들에게는 롤모델이, 청각장애인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되고 싶다”라면서 “내년 데플림픽이 훗날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되도록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 보이겠다”라며 미소지었다.